[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선언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로 영국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은 반면 영국을 떠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유럽연합(EU)와의 '깔끔한 이별(clean break)'을 언급한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영국의 브렉시트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그의 연설에 담긴 신뢰할 만한 강한 리더십과 자유무역에 대한 변치 않는 원칙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는 분석이다. 메이 총리의 연설 이후 파운드 가치가 3% 가까이 급등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연설 이후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환벽하게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영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 사업 인가를 받아 다른 회원국에서도 영업활동을 할 수 있었던 '단일패스포트' 면허제도 혜택이 브렉시트 이후 불가능해지면서 금융기업들을 중심으로 미련없이 짐을 꾸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런던 직원을 3000명에서 1500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1500명도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트레이더 등 1000명 이상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상품개발부 일부 직원은 미국 뉴욕 본사로 옮기는 한편 나머지 조직도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등 유럽 각지로 분산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 최대 은행인 HSBC도 투자은행 업무 일부를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도 유럽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영국 전략 재검토도 시작됐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나 다이와증권그룹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 지역 영업이 제한될 수 있는 상황에 EU 역내에 새로운 거점을 모색하고있다. 영국은 영어가 공용어이고 자유로운 사업환경이 정비돼 있어 금융사들 뿐만 아니라 도요타, 닛산 등 다양한 일본 기업들이 영국에 진출해 있다. 2015년 10월 기준으로 1021개의 일본회사가 유럽사업 거점을 영국에 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영국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정책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과 EU가 새롭게 맺게 될 무역 규정에 글로벌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후 공식화한 법인세 인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낮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이 법인세를 더 인하하는 등의 당근책을 쓸 경우 영국 잔류를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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