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구속영장 청구 검토, 삼성 "경영공백 신중 검토 기대"…불구속 수사로 피의자 방어권 보장될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최순실 사건을 둘러싼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국회 조사, 검찰(특검) 조사에 임하는 대기업의 태도다. 과거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청문회에 소환하거나 검찰이 출석을 요구할 경우 다양한 이유를 들어 이를 피하려는 모습이 많았다.
갑자기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입원한다거나 행방이 묘연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 여론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건에 임하는 대기업의 태도는 사뭇 달라졌다. 사건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최순실씨가 국회 생중계로 진행된 청문회에 끝내 출석하지 않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잠적 해프닝'을 겪으며 소환 요구를 피하는 상황에서도 대기업 총수들은 성실 조사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은 검찰 소환에 응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도 '100% 출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첫날은 여론의 시선이 가장 집중된 자리였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9개 대기업 총수는 같은 날 한 자리에 불려 나가 전국에 TV로 생중계된 청문회에 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고자 마련된 자리였지만,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와 다름없었다.
국회의원들의 58차례에 걸친 질의가 있었는데 그 중 43번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전체 질의의 70% 이상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됐다는 얘기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양한 의혹에 대한 쏟아지는 질문에 응대했다. 일부 대기업 총수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귀가를 허락받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삼성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린 시선은 국회 국정조사만이 아니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사건 수사, 특히 대기업 관련 수사를 전개하면서 삼성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12일 오전 9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에 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 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특검)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포토라인에 서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이러한 모습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것 자체가 심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타격이다.
실제로 주요 인사들은 처벌 여부를 떠나 포토라인에 서는 것 자체를 경계한다. 법원에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부정한 이미지가 덧씌워지기 때문이다. 거꾸로 검찰은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다.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전할 수 있고, 소환 대상자를 압박하는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2일 오전 포토라인에 선 뒤 2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12일 자정을 넘긴 이후 귀가할 것이란 관측과는 달리 13일 오전 7시50분께 귀가할 수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귀가하는 장면도 그대로 노출됐다. 사실상 두 차례 포토라인에 선 셈이다.
특검은 더이상 소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신병처리만 남았다는 얘기다. 특검은 확보된 진술과 자료 등을 근거로 기소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삼성 측에서는 특검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장면과 전개되는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외국 언론은 한국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달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삼성 쪽에 타격을 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삼성 브랜드의 이미지 훼손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수사의 대상인 이재용 부회장은 국회 국정조사는 물론 검찰 조사와 특검 조사에 이르기까지 성실히 임하고 있다. 최순실씨나 우병우 전 수석이 보여준 모습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재계 쪽에서는 특검이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이 구속되는 상황은 그 자체로 삼성에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검이 고려하는 혐의점에 대한 판단과 별도로 구속수사 필요성은 또 다른 사안이다.
피의자가 구속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경우 법률 방어권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을 경우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원칙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총수의 구속은 그 자체로 부정적 시그널로 외국에 전달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최순실 사건에서 과거와는 달리 성실한 조사에 방점을 찍은 상황에서 특검이 불구속 수사를 통한 피의자 방어권을 존중할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누구보다도 더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면서 "앞으로도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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