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건물주의 공유경제
대형아파트 1 ·2 ·3인실 개조 '셰어하우스' …업체 임대해 '월세' 수익
'셰어하우스 투자상품'도 개발…삼삼오오 돈 모아 매입 ·신축
'위워크 ·스튜디오 블랙', 도심 오피스 대규모 임차…'공실률' 해소
[아시아경제·수목건축 공동기획]
저성장 시대의 화두는 '가성비'다. 낮은 비용으로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얻자는 얘기다. '공유경제'는 가성비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유력한 도구다.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소유를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수요자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범위는 차량이나 숙박, 주거공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공간적 측면의 공유경제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진단해보고,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 것인지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전용 128㎡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김영섭(가명)씨. 지난해 이 아파트를 셰어하우스로 탈바꿈 시켰다. 관리 위탁을 맡긴 전문업체와 인테리어 비용을 공동부담해 1ㆍ2ㆍ3인실로 개조했다. 현재 김씨가 올리고 있는 수익은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70만원. 매매가격이 7억원 수준인 이 아파트는 대형평형이라 월세 거래는 잘 성사되지 않지만 셰어하우스로 전환한 덕분에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
공유공간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가 '공유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전대 방식(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행위)의 투자가 대표적인 공유경제 사례로 꼽힌다. 아파트나 주택, 상가 등을 소유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혹은 전문업체에 위탁해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으로 구분된 공용주택(share house)으로 구조를 바꿔 수익을 얻는 형식이다. 셰어하우스 전문업체인 우주(woozoo), 보더리스하우스 등 전문 운영업체는 등장한 지 채 몇년이 되지 않아 전국에 수십개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주 관계자는 "대학가 근처에 지하철 출입구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곳들이 주요 사업지"라며 "실제 매물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월세 시세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셰어하우스 투자상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직접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이 예산을 모아 적합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신축하는 것이다. 이를 셰어하우스로 안정적으로 운영한 다음에 다시 매각해 큰 수익을 내는 구조다. 기대수익률은 최대 10%로, 일반 아파트 투자수익률(5%)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 셰어하우스 운영자는 "법적ㆍ제도적 기준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겠지만 기존 아파트가 소화할 수 없는 1인가구의 주거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높아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피스 시장에서는 '공유 오피스'가 공실률 저하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대형 오피스 빌딩에 대규모로 입주하면서 공실 공간을 해소하고 있어서다. 실례로 서울 을지로에 공급된 대신파이낸스센터의 경우 연면적이 5만2929㎡에 달하는데 대신금융그룹이 임차하고 남은 절반의 잔여면적을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WoWork)가 선임대계약을 체결해 공실 우려를 덜었다. 강남역의 홍우2빌딩도 3.3㎡당 보증금이 65만원, 임대료가 6만5000원으로 상당히 비싸지만 현대카드의 공유오피스 '스튜디오 블랙'이 첫 지점을 내며 5개층을 임차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공유 오피스의 등장이 신규 공급되는 프라임 오피스는 물론 재건축을 시도하는 노후 빌딩들의 공실률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상윤 젠스타 리서치팀장은 "7~8%대 공실률이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통 인프라와 주변 어메니티가 좋은 곳에 입지했으나 노후화돼 심각한 공실문제에 직면한 중소형 오피스들은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이러한 공유오피스 또는 섹션오피스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중소형 오피스 시장은 다양한 임대 비즈니스 또는 마케팅 전략이 시도되면서 보다 복잡하게 진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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