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조-위 양강전 예상 깨고 최방길 가세 '3파전'…우리, '현직VS전직' 임추위 선택 관심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손선희 기자]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레이스가 '3파전'으로 굳혀졌다. 조용병 신한은행장(60)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59)의 양강전이 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최방길 전(前)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66)이 가세했다. 깜짝 등장한 '최방길 카드'를 놓고 업계에선 '조커카드' 내지는 '히든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12일 신한지주에 따르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발표한 총 4명의 압축후보군(Short List) 가운데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59)이 전날 고사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조 행장과 위 사장, 최 전 사장 등 3명이 최종 면접 대상자로 확정됐다.
최 전 사장의 회장 레이스 참여는 의외라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최 전 사장은 신한은행이 설립된 1982년 입행한 '초창기 멤버'로, 2012년 퇴임할 때까지 약 30년 동안 신한의 성장을 지켜본 인물이다. 2000년 11월 지주회사 설립사무국 설립준비실장을 맡아 지주설립 작업에 참여한 뒤 지주 출범과 동시에 상무로 승진, 지주에서 근무했다. 그만큼 내부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금융권 경험이 두루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최 전 사장의 나이가 66세인 점을 감안, 신한지주 세대교체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각각 60세, 59세인 조 행장과 위 사장 중에서 차기 회장이 배출될 경우 10년의 장기 집권 체제가 가능하다. 신한지주 지배구조상 회장직 수행은 만 70세까지 가능하다. 신한지주는 과거 라응찬 전 회장이 지주 설립 전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무려 17년간 장기 집권하는 과정에서 끝내 권력투쟁으로 불명예 퇴진, 조직 전체가 쓴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다. 최 전 사장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되면 회장 장기근무 체제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된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리스크에 민감한 신한지주 특성상 잦은 행장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2010년 신한사태 당시 라 전 회장과 함께 동반 퇴진한 이백순 전 행장을 제외하면 역대 신한은행장은 모두 최소 3년 길게는 8년 정도 장기 근무했다.
조 행장의 경우 고(故) 서진원 전 행장이 와병으로 불가피하게 행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깜짝 발탁된 케이스로, 재임 기간이 이제 만 2년을 앞두고 있어 역대 사례에 비춰보면 은행을 이끈 기간이 짧다. 현재 회추위 구성원 상 한동우 현(現) 회장이 우군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차기 우리은행장 결정전에는 당초 후보로 거론된 남기명 국내그룹장, 손태승 글로벌그룹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 현직 임원이 모두 빠졌다.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의 2파전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직 임원 8명이 행장 레이스에 가세했다.
전직 임원 출신 유력 후보인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중동 국부펀드 등과의 협상에도 참여했다.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은 해외ㆍ전략통으로 이순우 행장 시절 은행 서열 2위인 수석부행장을 지냈고 2014년 행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김병효 전 우리PE 사장은 영업ㆍ글로벌통으로 영업본부에 재직 중엔 전국 영업본부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했고,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재임 때는 사원급 직원들과 자주 만남을 가져 소통의 대명사로 꼽혔다.
우리은행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현직 프리미엄은 없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직 임원들이 든 카드가 어떤 것인지 아직 읽히지 않는다. 차기 우리은행장 윤곽은 이르면 설 연휴 전, 늦어도 설 연휴 이후 나올 전망이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