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상승세 주춤…위험도 증가
성북구 등 투자자 원금손실 우려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전세가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성북구 일대에 '갭투자'를 알아보던 직장인 김은영씨는 최근 마음을 바꿨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소액을 들여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내다 팔아 수익을 챙기는 것을 지칭한다. 이렇게 김씨가 갭투자를 포기하게 된 것은 1년 전보다 투자에 필요한 돈이 배로 늘어나게 돼서다. 지난해 1월 3500만원이면 가능했던 길음동 길음동부센트레빌 전용 84㎡ 투자비가 이제는 7000만원 가량으로 뛰었다. 1년 전 매매가 4억3000만원, 전세가 3억95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1년만에 매매 4억5000만원, 전세 3억8000만원선으로 변화된 때문이다. 김씨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예전만큼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지금은 없는 것 같다"며 "당분간 시장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갭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집값과 전셋값이 주춤해지면서 매매차익은 커녕 원금손실의 위험마저 커지고 있어서다. 갭투자자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투자에 뛰어들어 향후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면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지난 연말 0%의 보합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주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신도시와 경기ㆍ인천은 2주째 보합이다. 계절적 비수기와 함께 대규모 전세 물량 공급에 대한 전망에 거래가 뜸해지면서다.
'갭투자' 성행 지역에서는 이같은 전세가격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떠앉고 소액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는 대부분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인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성행했다. 대표적인 곳이 성북구. 지난연말 기준 전세가율이 83.7%로 여전히 서울평균(68.8%)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지난해 2분기 84.2%, 3분기 84.1%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길음동은 3분기 86.4%에서 4분기 85.3%로 전세가율의 하락폭이 더 컸다. 단지 중에선 길음뉴타운 6ㆍ8ㆍ9단지가 일주일새 최고 2000만원까지 전세가격이 떨어져 거래되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그래도 여전히 전세가격이 높은 수준이라서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최근에 비수기가 이어지는데다 올해부터 물량공급이 대폭 늘어난다는 얘기에 투자문의는 좀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신규 갭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존 갭투자자의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가격 하락으로 매매가격과의 격차가 커지고,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급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갭투자라는게 오를때 큰 수익보지만 내릴때도 큰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크다"며 "향후 1~2년간 전세가격이 조정을 보일 동안 버틸 수 있으면 언젠가는 상승할 여지가 있지만 올해 금리가 오를 전망이라 원금을 잃을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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