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문화체육관광부의 신년 업무계획에서 '문화융성'이란 용어가 사라졌다. '경제부흥', '국민 행복'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3대 목표로 강조돼왔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문체부는 6일 신년 업무보고를 앞두고 5일 언론에 미리 업무계획안을 공개했다. '4대 전략', '13대 과제' 등에서 지난해까지 정부 문화정책을 대표한 단어인 문화융성은 자취를 감췄다. 유동훈 문체부 2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문화융성에 여러 가지 좋은 의미가 있지만 갖가지 의혹들이 결부돼 있다"면서 "굳이 안 쓰려고 한 게 아니라 다른 단어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문화융성이란 문화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돼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기본 원리로 작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문체부는 이를 통해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국민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겠다고 했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부 등과 합동으로 발표한 업무보고의 주제도 '문화융성 신성장동력 개발 박차...경제활력 견인한다'였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문화는 풍부한 재화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적 주체인 예술은 블랙리스트 등으로 억압되거나 방치됐고, 주체가 빠진 무대는 행정 관료들과 자본가들이 돈과 권력을 두고 다투는 곳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특히 최순실씨의 측근인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은 문화예술 정책을 마음대로 주무른 정황이 드러나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문체부는 올해 오명을 지우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융합벨트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문화창조융합본부를 오는 3월까지 폐지하고, 이 사업의 주요 거점인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를 2018년까지 기존 콘텐츠코리아랩 등과 통폐합한다. 문화창조아카데미 역시 창의인재양성사업과 통합해 콘텐츠인재캠퍼스로 새 출발한다.
신뢰를 잃은 문화행정에 대한 대비책도 주요 정책과제로 앞세웠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도마에 오른 공공기관장 선정, 국고 보조금 지원 심사 등의 제도를 대폭 개선해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유 차관은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반영해 다음 달 행정 의혹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는 설명회를 열겠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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