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문화공간에서의 공유경제
문화예술인에 공연·전시 공간 제공…수익창출 '일거양득'
온라인 플랫폼 적극 활용 …'버스킹티비 ·오픈갤러리' 등 스타트업 등장
유럽선 문화 중심 생태마을도…서울시 '공유도시' 표방 박차
[아시아경제-수목건축 공동기획]
저성장 시대의 화두는 '가성비'다. 낮은 비용으로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얻자는 얘기다. '공유경제'는 가성비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유력한 도구다.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시간과 공간적으로 소유를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수요자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범위는 차량이나 숙박, 주거공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공간적 측면의 공유경제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진단해보고,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 것인지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지난해 11월의 주말,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한 의류매장 앞에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 남성 4인조 인디밴드는 인파에 둘러싸여 40분가량 공연을 이어갔다. 지난 2년간 매 주말 홍대와 평촌 등의 CGV,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등에서도 이같은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흔히 길거리에서 열리는 '버스킹' 공연과 흡사하지만 이들에겐 안정적인 공연장과 장비가 지원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연 후에는 현금 10만원 혹은 영화관람권 등의 활동지원금도 지급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부동산 공간을 활용하는 '공유경제'의 훈풍이 불고 있다. 활용되지 않은 유휴자원을 공유(share)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의 '공유경제'가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에도 기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 공연과 전시 등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공간주와 밴드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 기업 '버스킹티비'는 지난 2년간 6000회에 가까운 공연을 유치했다. 코엑스몰과, 현대시티아울렛, 도심 실외 카페 등 공간주들과 제휴를 맺고 이를 공연할 장소가 필요한 밴드들과 연결해 준다. 공간주가 공간 활성화 차원에서 비용을 지불하면 이것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다. 연매출은 평균 8억원 규모로, 그동안 제휴를 맺었던 곳은 40여곳이다.
남궁요 버스킹티비 대표는 "제휴를 맺을 공간을 확대하는 것과 공연을 무료로 본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지금의 숙제"라며 "회사 설립 때부터 함께 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밴드도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미술작품을 전시할 만한 공간이 없는 작가들을 위한 대안도 생겨났다. 온라인 상으로 작품을 등록하고 이를 개인이나 각종 기업, 기관에 빌려주거나 전시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서비스 '오픈갤러리'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유명 미술대학 출신 작가들을 발굴하고, 작품을 추천해주는 전문 큐레이터들도 소속이 돼 있다. 현재 보유 작품수는 3000여종. 대여료는 작품가격의 1~3% 수준이다.
이처럼 공유문화를 통해 문화예술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사례는 유럽에서 주로 볼 수 있었다. 장례식장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든 프랑스 파리 '상카트르 104'에서는 전세계에서 온 예술가들이 20여개의 창작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하고 정기적으로 이를 대중들에게 공개한다. 독일 베를린의 '우파파브릭'은 1979년 영화촬영소를 문화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마을로 탈바꿈해 현재는 서커스학교, 동물농장을 비롯해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어우러져 있다.
서울시도 복잡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도시 서울'를 표방하고 나섰다. 이제 걸음마 단계로 공유촉진조례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 스타트업 기업들의 창업과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창장 공간과 시설 공유를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에 기여할 방침이다. 조명제 시 공유도시팀장은 "창작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재능공유가 활성화 된다면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접근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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