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부터 마요네즈, 빵, 식용유까지 줄줄이 가격인상
"주문 받기도 겁나…치킨 대신 마른안주 시켰으면"
설 앞두고 부침 등 설상 차리기도 부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조호윤 기자]"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계란값부터 시작해서 이번에는 식용유까지 가격이 올라 안주 주문받기가 겁이 난다."
상암동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홍모씨는 최근 재료값들이 급등하면서 시름이 깊어졌다. 겨울 비수기에다가 경기불황에 어지러운 시국까지 겹치며 손님도 크게 줄었지만, 그나마 오는 손님들이 메뉴를 시킬 때면 만들어야할 메뉴에 따라 이윤도 달라지기 때문에 주문을 받을 때마다 긴장한다.
홍씨는 "식용유값이 예전보다 한 통에 2000~3000원 올랐지만 메뉴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손님들이 기름을 덜 쓰는 마른 안주 등의 메뉴를 주문하기를 속으로 바라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킨이나 감자튀김 등의 튀김안주와 계란말이 등은 부담이 된다"며 "골뱅이무침이나 과일안주 등이 차라리 낫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여름 남미를 휩쓴 홍수로 콩 수확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식용유 시장에서도 식용유 부족 사태가 현실화됐다. 식용유를 대량 사용해야하는 식당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계란부족 사태에 이어 식용유 대란까지 겹치면서 튀김 음식을 하는 치킨집이나 중국음식점 뿐만 아니라 주점, 일반 식당까지 전방위적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롯데푸드, 오뚜기 등 식용유 제조업체가 최근 약 7~9%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에 이어 타업체들도 인상시기와 인상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식용유를 사용하는 치킨집 등은 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영세자영업자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공급부족 문제가 된 식용유는 콩을 원료로 한 대두유다.
그러나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의 경우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유, 혹은 자체 식용유를 따로 공급받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번 콩 식용유 부족 사태에는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문제는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유보다 가격이 저렴한 콩 식용유를 써왔던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기름을 아낄 경우 치킨맛이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에 줄일 수도 없고, 썼던 기름을 계속해서 쓰는 것도 위생상 냄새가 나 그럴 수도 없다"며 "그렇다고 치킨값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용유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달 째 이어오고 있는 계란 대란도 식당은 물론 가계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계란 때문에 온갖 재료값이 다 올랐다"며 "계란을 재료로 한 마요네즈도 가격이 올랐고, 납품받아오는 빵도 오르는 등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설을 앞둔 주부들은 크게 오른 계란값을 보며 애만 태우고 있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계란 10알 가격이 평소 한 판(30알) 가격이 됐다"며 "계란 10알에 4000원, 계란 한 판에 1만3000원에 판매해 구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계란 한 판이 평소보다 두 배 오른 가격에 들어온다"며 "8000원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명절 장보기 걱정을 하는 주부들도 늘었다. 정모씨는 "대가족이라 명절음식 규모가 만만치 않은데 최근 재료값이 올라 손아래사람한테 제사비를 챙겨달라고 할 수도 없고 걱정"이라며 "특히 계란은 지금 전 부칠 때 쓸 계란을 미리 사둬야 할 지,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