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37일째 상승…지난해 10% 상승
올 들어 더 올라, 서울 평균 휘발유값 1600원대 진입
"올해 최대 1700원대까지 오를 수 있어"
美 금리인상·OPEC 감산 이행 등 변수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해 말부터 급등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연초에도 연일 오르고 있다. 서울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평균가격은 1600원대에 올라섰다.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은 대표적인 '생활물가'로 기름값이 오를수록 서민 가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3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국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일 대비 2.44원 오른 ℓ당 1490.36원으로 집계됐다. 11월말 이후 37일째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601.11원으로 전일 대비 7.79원이 올라 16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한 해 동안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연초 대비 10%가 인상됐다. 지난 3월초 1399원대로 저점을 찍은 후 11월말 이후 오름세를 보이며 연말 1483.7원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휘발유 가격이 2014년 15.7%, 2015년 11%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휘발유 가격과 연동되는 싱가포르 시장의 국제 석유제품 휘발유(옥탄가 95RON 기준) 평균 가격도 연초 303달러에서 530달러로 74.9% 상승했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도 100% 이상 올랐다.
휘발유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말 이뤄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합의 이후 오른 국제유가가 아직 덜 반영된데다 지난 1일부터 실제 감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간의 국제유가 상승폭이 모두 반영되면 휘발유 평균가격은 1500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 업계선 올해 국제유가가 55~65달러선에서 수렴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00~1700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변수는 있다. OPEC이 감산에 합의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는 하락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추가 인상되거나,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날 경우도 유가 상승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초 불확실성의 시대"라며 "유가는 어느 정도 오른 상태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름값 상승은 서민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는 충격은 전체 소비자물가에 0.1%포인트 변동하는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업계에선 주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날이 추운 아침이나 저녁 시간 때에 기름을 주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더울 땐 기름이 팽창해 같은 양의 기름을 넣어도 상대적으로 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또 기름을 무조건 가득 넣다보면 오히려 차체가 무거워져 연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정량을 필요한 때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넷 사이트를 활용해 집이나 직장 근처 주유소 가격을 미리 비교해보는 것도 기름값 상승을 견뎌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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