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변론 이틀 앞두고 직접 해명 자리 만들어
새누리당 분당 질문에는 "답변하기가 부적합하다" 거부
탄핵 심판 관련 질의에 집중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가졌다.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외에 외부인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새해 인사를 위해 기자들을 만났지만 간담회 성격이 강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자 직접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3차 대국민담화에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질문을 받아달라고 요청하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가지 경위를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며 별도의 기자회견을 예고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이후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와 특별검사팀의 수사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대외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살펴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해 첫날을 기자간담회 시점으로 잡은 것은 오는 3일부터 시작되는 헌법재판소 변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참모진은 특검이 박 대통령 관련 의혹을 언론에 흘리는 등 여론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왔다. 그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밝힘으로써 특검에 경도된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 불만을 의식한 듯 이날 40여 분간 간담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소문이나 얘기, 방송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허위를 남발해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며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을 밝혔다. 또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분당 사태를 질문하자 " 말씀드리기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오늘 기자간담회는 탄핵심판에 대한 부분에만 한정하자는 의도다.
특히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혼란을 주면서 오해가 오해를 만들고 오보를 바탕으로 오보가 재생산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며 "그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 당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7시간 행적을 부각시킨 것은 헌재에서 이에 대한 상세자료를 요청한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달 준비기일에서 박 대통령측 법률대리인단에게 "세부내역을 빠짐 없이 제출하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도 이날 간담회에서 "대리인단 통해 다 정리하고 추가하고 있다"면서 "제출하면 헌재서 재판하게 될텐데 이번 만큼은 그런 허위가 완전히 걷어졌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외에도 비선실세라는 최순실과의 관계, 중소기업 특혜, 삼성합병 과정에서 봐주기 의혹 등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최씨에 대해서는 "몇 십 년된 지인"이라면서 "지인이 모든걸 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 갖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대가성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고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어떤 결정이든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판단이었다"고 말했다.
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김영재 의원 해외진출 특혜 등 의혹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지원이 반드시 그 기업을 지원하라는 게 아니었다"면서 "기술은 좋은데 큰 기업에 가려 명함 한번 내지 못한 조그만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탄핵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만큼 청와대는 당분간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특히 헌재 변론이 임박한 만큼 여론 향배는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 됐다.
또 간담회 말미에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만큼 특검에 당당히 임하는 게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하루 빨리 안정을 찾아 새해에는 모든 게 정상으로 바로잡히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은 탄핵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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