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차를 타고 출장을 다녀왔다. 잠깐 졸고 나니 어느새 목적지에 닿았다. 승용차 운전이 늘어나면서 기차를 탈 기회가 줄어들었지만 어릴 적 부모님과 친척집을 방문할 때면 늘 기차를 이용했고 한 번씩 부모님과 함께 타는 기차는 특별한 여행처럼 느껴졌다.
기차여행을 떠 올리면 가장 먼저 삶은 달걀과 사이다가 떠오른다. 홍익회 판매원이 간식거리를 실고 오면 주저없이 주황색 그물망에 담긴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집어 들었다. 먼거리를 여행하는 동안 달걀은 허기를 달래주기도 하고 껍질을 까서 서로의 입에 넣어 주면서 감동도 받았다. 노른자에 목이 메면 사이다 한 모금을 마신다.
요즘말로 시원시원하게 속을 뚫어주는 ‘사이다’는 달걀과의 궁합을 보여주는 듯하다. KTX로 먼거리도 빠르게 도착하게 되어 간식이 필요없게 되었고, 목이 메는 삶은 달걀이 아니어도 배고픔을 채워줄 다양한 테이크아웃 음식들이 풍요로운 시대가 되어 삶은 달걀은 이제 기차여행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기차여행에서 삶은 달걀은 잊혀져가지만 우리집 식탁에서 달걀은 여전히 여러 가지 요리로 맹활약하고 있다.
집에서 가장 쉽게 만드는 요리로 달걀 후라이를 떠올리는데 보관이 쉽고 가격도 저렴하며 영양학적 가치도 있으니 냉장고에 달걀 10개쯤은 항상 있어 마땅히 먹을게 없을 때에도 달걀 후라이는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요리초보들이 할 수 있는 요리로 ‘라면’과 ‘달걀 후라이’를 만만하게 열거하지만 맛있는 달걀 후라이는 결코 쉽지 않다. 서양에는 ‘달걀 요리하다 이혼한다’는 재미있는 속담이 있을 만큼 주식인 달걀을 입맛에 만들어 먹는 방법, 익히는 정도가 다르고 까다롭다.
가장 쉬워 보이는 달걀 후라이도 적당한 양의 기름을 넣고 불 조절을 잘 해야 하고 껍질을 깔끔하게 깨서 후라이팬으로 골인시켜야 맛있는 달걀 후라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접시위에서 홀로, 볶음밥이나 덮밥위에서, 브런치 플레이트에서 빛이 난다. 달걀 후라이에 비해 삶은 달걀은 더 어려운데 삶은 달걀은 요리로 인정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달걀을 껍질째 물속에 넣고 시간만 지나면 되니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달걀껍질이 깨지지 않게 삶아져 껍질을 벗겼을 때 매끈한 달걀몸매를 유지하며 반으로 갈랐을 때 노른자가 진녹색으로 변하지 않고 자연의 노란색을 유지하면서 입맛에 따라 노른자를 반숙으로 익히는 것은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여 가지게 된 노하우나 과학적인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며 쉽지 않다.
요리 좀 할 줄 아는 사람들만 도전한다는 달걀말이는 어떤 재료들과도 잘 어울리며 달걀요리의 절정을 보여준다. 샐러드 채소를 곁들여 소스라도 뿌려주면 밥반찬이 아니라 메인요리로 변신하며 달걀요리의 진가를 보여준다.
그 외에도 달걀은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메뉴에서 셀 수 없이 다양한 요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달걀이 종종 식재료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지만 늘 곁에서 웬만한 식품을 능가하는 효능으로 우리의 식탁을 지켜주니 기특하여 달걀후라이도 특별한 대접을 해 주고 싶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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