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세계 보험 8위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요율도 제대로 산출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동안 보험개발원이 통계를 기반으로 검증 위주의 기능을 해왔다면 이제는 통계를 기반으로 기업성 보험의 요율을 제대로 만들어 보험사에게 이를 제공하고 싶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사진)은 6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면서 "3년 임기 내 상품에 대한 위험율을 만드는 컨설팅 업무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작년 금융당국이 일반보험의 요율 산정에 자율권을 부여했지만 여전히 일반보험의 리스크 관리를 직접 하는 보험사가 없다는 게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현실이다. 일반보험은 제조, 건설, 해운, 항공 등 보험가액이 큰 대신 발생빈도가 적어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 원장은 "기업보험은 대부분 통계가 없는 것들이 많은데 이러한 리스크를 분석해 내는 것이 언더라이팅(인수심사)의 핵심능력이자 경쟁력"이라며 "제대로 된 요율을 만든다면 보험사들의 언더라이팅 능력도 키울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보험개발원은 내년부터 일반보험의 통계와 요율 산정에 주력할 계획이다. 컨설팅 업무도 요율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성 원장은 "각 사가 요율 개발을 직접 할 경우 시장 실패 위험이 클 수 있다"며 "회원사의 회비를 받는 보험개발원이 공동 개발, 컨설팅한다면 기업성보험이나 재산보험 등을 포괄하는 일반보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업성보험요율 자율화에 따라 협의요율의 참조순보험요율화를 지속 추진하고, 보험사의 자체 요율 산출 능력 제고를 위한 컨설팅 업무를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임기 내 제대로 된 요율을 하나라도 제시한다면 그걸로 보험개발원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따른 컨설팅 업무도 내년도 보험개발원의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보험개발원은 앞서 5일 9개 보험사와 IFRS17 시스템 공동구축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개발원과 9개 보험사들은 앞으로 IFRS17의 부채와 보험 관련 손익계산서 산출과 미래의현금흐름을 추정하는 방식의 보험료 산출, 감독회계, 경영계획 수립 등에 활용할 수있는 시스템을 공동 구축할 예정이다. 성 원장은 "2021년 IFRS17 시행을 앞두고 재무 구조는 물론 보험사 시스템 모두를 바꿔야 한다"며 "회계 기준은 물론 상품 개발 등도 각종 변수를 따져 철저히 준비해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1~2년이 중요하다"면서 "2018년까지 회계 기준은 물론 전산시스템, 상품 개발 등을 모두 확정해 IFRS17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원장은 또 "보험개발원이 보유하고 있는 통계정보를 활용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상품도 개발할 것"이라며 "자율ㆍ 전기자동차의 보급, 사물인터넷의 보편화와 같이 다가올 신규 보험수요에 대해서도 고객의 기대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는 노력으로 새로운 시장 조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성 원장은 행정고시 33회 출신으로 재무부 관세국, 재경부 보험제도과, 금융위 보험과장, 은행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 보험업법 전면개정 작업을 주도해 방카슈랑스 단계적 도입, 제3보험업 분야 신설 등 보험산업 선진화의 토대를 마련한 보험 전문가로 꼽힌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