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4월, 늦어도 8월 대선 가능성
文, 여론조사 1위·조직력 ‘早早益善’
安, 6월 최적의 대선시기로 꼽아
중도세력 중심 정계개편이 분수령
비박계 ‘黨 내분’ 이른 선거 부담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탄핵 정국'이 가시화되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대선 시계'의 시침(時針)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대선 정국'이 급격히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탄핵 정국의 여파로 여야의 대선 경선레이스는 일단 올스톱됐다. 유력 주자들도 "엄중한 시기로 대선을 겨냥한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이에 따라 탄핵 정국의 대선 전략도 재조정되고 있다. 다만 다음 달 초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모든 정치 시계는 곧바로 대선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인 내년 6월 초까지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재가 180일을 꽉 채워 탄핵을 결정하면 대선일은 선거법에 따라 헌재 결정으로부터 60일 이내인 내년 8월 초가 된다. 다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의 사례를 들어 일각에선 내년 4~6월 안팎의 조기 대선 일정도 감안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은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에게 다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조조익선(早早益善)'에 가까운 입장이다. 대선을 일찍 치를수록 강력한 라이벌인 반 총장에게 귀국 후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빼앗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로부터 중도ㆍ보수세력과 연대할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수 심판론을 앞세워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시라도 빨리 내려오는 것이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만약 대통령이 전격 하야하거나, 국회 탄핵안 가결과 헌재 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 내년 대선은 4월 안팎에 치러질 수도 있다. 보수에 대한 반작용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 전 대표로선 야권 분열 등으로 값어치가 떨어지기 전에 대세를 굳힐 수 있는 기회다.
반 총장에게는 내년 4~5월께가 적절한 시기로 꼽힌다. 예고대로 내년 1월 중순 귀국한다면 조직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여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거나 독자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귀국 후 시간이 지날수록 이른바 '반기문 효과'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높은 만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반 총장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문 전 대표의 대척점에 서 있는 보수층이 반 총장을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반 총장은 대선 정국이 길어질수록 여야 후보들의 상호 검증에 무기력하게 쓰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내년 6월 전후를 분수령으로 꼽고 있다. 대선 필승을 위해선 현재의 판을 뒤집는 일종의 정계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데 6월 이전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개헌을 고리로 한 중도성향의 대선주자들과 연대하거나 세를 결집하기 위해선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이벤트도 필요하다. 안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ㆍ친문(친문재인)을 배제한 정치세력과 가장 교집합이 많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와 연대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내년 6월을 최적의 대선 시기로 꼽은 바 있다. 야권 관계자는 "보수진영에 마땅한 후보가 없을 경우, 문 전 대표에게 반발한 보수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쏠릴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유승민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에게 조기 대선은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비박 진영은 재창당에 가까운 당 정비에 시간이 필요하다. 지자체장들도 단체장 사퇴와 이후 본격적인 선거전 돌입을 위해 예열 기간이 요구된다. 아직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한 제3지대의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힌 대선주자로는 손 전 대표와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이 꼽힌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 이 같은 상황에서 헌재가 '최순실 게이트'의 1심 재판 결과를 보기 위해 심판 절차를 임의로 정지한다면 대선 정국은 다시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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