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우리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에 사실상 실패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회복세가 미약한데다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ㆍ미 간 통상마찰 등 대내외 위험요인도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다시 무역 1조달러 시대로 돌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마저 제기된다.
2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내년 '2017년 경제ㆍ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수출액(통관 기준)은 5007억달러, 수입액은 41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해 추산치 대비 각각 2.1%, 3.6% 개선된 수준이지만, 전체 무역규모 전망치는 1조달러에 못미친다. 지난해 연간 무역 1조달러선이 붕괴된 이후 3년 연속 실패가 예상된 셈이다.
우리 경제는 2011년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이후 줄곧 1조달러 이상의 교역규모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5년만인 2015년 1조달러 아래로 미끄러진 데 이어 올해도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상태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계 수출은 4323억1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고, 누계 수입 역시 3544억1900만달러로 9.5% 줄었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 10월까지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며, 연간 기준으로도 3년 연속 감소세가 유력하다.
특히 정부 산하기관에서는 민간에 비해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수치를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수출입 지표는 이보다 훨씬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수출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다시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 여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영향,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구조조정, 정치 상황 등이 변수"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산업인 조선, 철강, 섬유, 가전, 정보통신기기 등은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미국을 필두로 한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가장 우려되는 측면이다.
더욱이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정국혼란이 이어지며 빠르게 변화하는 통상환경에 민첩하게 대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초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 중미 간 무역마찰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가 받아들여야 할 충격파도 크다. 우리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감소는 기업 경영 악화와 경상흑자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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