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대한민국 자동차 연비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될 자동차연비센터가 구축됐다.
신(新) 기후체제 하에서 선제적인 연비제도 관리는 물론, 친환경차 연구개발(R&D)ㆍ전문인력 양성 등을 망라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최근 폭스바겐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의 연비조작 스캔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표시연비와 소비자 체감연비 간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너지공단(이사장 강남훈)은 24일 오후 충청북도 진천군 신척산업단지 내 자동차연비센터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자동차연비센터는 파리기후협약 발효로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차 보급확대, 관련 기술개발 등의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소비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연비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설립됐다.
대지면적 1만㎡, 연면적 2960㎡, 지상 2층 규모로, 최고 70℃ㆍ최저 영하 40℃까지 시험가능한 고온ㆍ저온 환경실과 엔진성능 시험실, 중대형 상용차 성능시험실, 이륜차 연비측정 시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체 육상 수상수단을 염두에 두고 이륜 모터사이클부터 중대형 트럭, 버스까지 시험가능하도록 구축됐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규정한 도심 주행, 고속도로 주행, 고ㆍ저온 주행, 급가감속 주행 등 5가지 환경의 연비시험이 모두 가능한 시설이다. 그간 미국이 5가지 환경시험을 모두 실시해 측정된 연비값을 표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도심ㆍ고속도로 주행만 실시하고 나머지는 보정식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연비를 표시해, 검증 논란이 잇따랐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앞으로 5가지 환경시험을 통해 측정된 연비값이 표시될 수 있게 됐다"며 "연비센터가 제도적용 전 검증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국내 연비제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연비센터는 연비제도 개선은 물론, R&D 기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신기후체제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가운데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향상과 친환경차 관련 기술개발 및 제도반영 등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세계 9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연비센터는 표시연비와 소비자 체감연비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기후, 도로환경, 운전자 특성 등을 기반으로 한국형 연비시험 보정식을 개발하는 R&D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국내외 자동차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측정해 제출한 연비 신고값을 검증하고, 실제 도로에서 자동차를 주행했을 때 연비를 측정ㆍ분석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의 연비제도를 선진화하고, 친환경차 보급의 일환으로 단종 예정인 라보, 다마스를 대체할 수 있는 '소형화물 전기차 표준 설계'를 개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이밖에 자동차 제작사, 전기차 정비인력, 관련학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연비측정 이론과 실습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시험장비를 민간 자동차 제작사와 부품개발사에 대여해줘 국가 전체 자동차산업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연비제도 운영에 있어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연비센터는 업무범위가 연비 측정시험에 국한된 기존 시험기관과 달리, 자체 시험ㆍ연구결과에 기반한 제도 개선, 기술개발 지원 등도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연비제도 관련 문제점이 제기되면 시험기간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 관리로 인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경우가 많았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신뢰성 있는 연비제도를 마련함으로써 강화된 사전관리 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