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변호인' 최재경은 '의뢰인' 박근혜를 구할 수 있을까. 검찰 최고의 특수통으로 손꼽혀온 최재경 민정수석을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을 때 법조계와 정치권은 둘의 관계를 이렇게 분석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권력형 비리 사건인데도 서울중앙지검이 초기에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수사를 맡긴 터라 최 수석의 존재가치는 더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수사의 빈틈을 그가 파고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청와대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 최 수석이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박 대통령은 검찰과 정치권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국무위원이자 대통령 사정 컨트롤의 '공식 연결책'인 김현웅 법무부 장관까지 동시에 사의를 표한 만큼 박 대통령은 앞으로 펼쳐질 특별검사의 수사와 탄핵 정국에 가장 중요한 무기를 잃은 채 휘말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에서 "최 수석은 끝까지 갈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고 박 대통령이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위기감의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부랴부랴 선임한 유영하 변호사는 그저 '진박 정치인' 중의 한 명일 뿐, 법조인으로는 최 수석과 비교가 안 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당장 특검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검찰의 대면조사는 나름의 명분으로 거부하며 피하고 있지만 특검의 조사까지 피하긴 어렵다. 이밖에 특검이 진행할 주변인들에 대한 줄소환, 청와대 안팎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 '피의자 대통령' 입장에서 넘어야 할 산은 한 둘이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사를 받을 지, 청와대에 대한 수색이나 수사는 어디까지 허용할 지 등 매 걸음 고도의 법률적ㆍ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민정수석실은 검찰과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에서 모여드는 각종 사정정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린다. 김 장관까지 끝내 내각에서 이탈하면 그나마 기대할 만한 고리마저 끊어지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의 검찰 통제권은 사라진 상황이다. 박 대통령 개인 변호인단 보강 정도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문제다. 두 사람이 사의를 표명한 뒤인 2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실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사실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탄핵 정국이 열리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국회가 검사가 돼 주도하는 사실상의 '국민공개재판'이기 때문이다. 탄핵안에 박 대통령의 법 위반 사실이 어느 선까지 포함될 지에 따라 청와대는 속수무책의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이미 박 대통령을 형사피의자로 규정한 공소장까지 존재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기댔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과는 비교가 안 된다. 오는 30일 국정조사까지 시작되면 박 대통령은 추가의혹 제기ㆍ폭로의 집중포화를 온 몸으로 맞아야 한다.
청와대는 어떻게든 둘을 붙잡아보려는 눈치다. 24일 한광옥 비서실장 등 일부 청와대 참모진이 두 사람의 사표 반려를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한 것은 특검과 탄핵 정국에서 사정라인의 부재를 염려한 때문이다. 사표 수리 여부와 관련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판단 사항이니 지켜봐달라"면서 "아직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압박 속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은 검찰의 대면조사 최후통첩까지 받은 상황이다. 검찰은 23일 유 변호사를 통해 '오는 29일(내주 화요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한다'는 문서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요청서'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박 대통령의 신분(피의자)을 감안하면 소환통보나 다름 없다.
박 대통령이 이번 요청에도 불응하면 검찰은 체포를 통해 강제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선 실무라인을 중심으로 강제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비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입장은 이번에도 유 변호사가 밝힐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최 수석과 김 장관의 의중이 담길 가능성은 반대로 매우 낮아 보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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