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 '큰 손'으로 자리한 중국의 기업이 더 이상 미국 회사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을 겨냥한 보호무역 성향을 드러내고 있어 정책으로 채택될 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기술력 우위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실효적인 지배권을 갖게 되면 기술과 정보, 시장 지배력을 얻어 중국을 위해 이용하고 미국 국가 안보에는 해를 입힐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이 미국 기술 자산을 활발히 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기업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M&A시장에 나온 굵직한 매물을 독식하다시피한 데 따른 경고성 메시지로 보인다.
로디엄 그룹에 따르면 올해 중국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그린필드 투자(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투자)'한 금액은 180억달러(약 21조13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153억달러)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10년 전과 비교해서는 10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의 해외 직접 투자의 84%는 민간에서 이뤄졌다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그러나 중국에서는 국영과 민영의 경계가 모호하다"라며 사실상 정부의 통제를 받는 자본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UCESRC는 줄곧 반(反)중국 성향을 보여 왔다. 중국의 투자와 무역 행태는 물론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도 반대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시카고증권거래소가 중국 자본에 넘어갈 처지에 불평을 제기하는 등 중국과의 불공정한 무역 때문에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고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이전 행정부에서 꾸준히 개방형 투자 정책을 유지해 온 데다 트럼프 스스로도 해외 투자로 부를 축적해 왔던 인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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