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1월21일'과 '대선후보의 당대표 겸직' 카드에 담긴 함의는 무엇일까.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겪으며 분당 위기에 직면한 새누리당 내 간극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지도부가 조기 사퇴와 전당대회 개최를 앞세워 극적 반전을 꾀했지만 비주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당 붕괴에 한 발짝 다가선 상태다.
14일 여당 안팎에선 친박 지도부가 내년 1월21일을 전당대회 시기로 못 박은 '저의'(底意)가 회자되고 있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서 민의가 여당 공동 책임론에 쏠렸는데, 굳이 날짜를 늦춰 잡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이 대표가 거국중립내각 구성 이후로 사퇴 시점을 잡고, 당헌을 개정해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당 대표 겸직이란 '절대권력'을 넘기려는 것도 꺼림칙하다는 얘기가 돈다.
당 중진인 주호영 의원 등 비주류는 "사태를 내년 1월까지 두 달이나 더 끌고 가는 혼란을 방치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1월 중순 귀국이 예정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의식한 일정"이라며 "여당이 사실상 붕괴된 가운데 (보수진영 대선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반 총장에게 위기를 구원할 '메시아'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입당을 꺼리는 반 총장에게, 여당 개혁의 칼자루를 넘기면서 확실한 당근책도 제시한 셈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친박 지도부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책임론에서 자유롭게 된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현재의 난국과 무관한 것처럼 짙은 화장으로 눈속임하려는 여당의 꼼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공조해) 탄핵을 발의하고 보수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의결하면 대통령 직무는 정지된다"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가 결정날 때까지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정국을 주도하면 그 사이 새누리당은 재창당하고 (허물을 벗은 채) 대선에 임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소장파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정현 대표가 사퇴 시점을 거국중립내각 수립 이후로 잡은 건 (신임) 내각에 진박(眞朴·진실한 박근혜) 인사를 심으려는 흑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권 주류의 출구전략이 간파당하면서 새누리당 내에선 이전투구의 진흙탕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비주류는 기존 친박 지도부가 "더 이상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며 '보수 혁명'을 촉구 중이다. 이날도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를 따로 소집해 균열을 드러냈다.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는 당의 단합을 호소하면서도 새 지도부 출범 전까지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을 통해 "늦어도 전당대회 한 달 전까지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분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같은 시각 국회 본청의 대표실 앞에선 원외 당협위원장 5명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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