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노미란 기자]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을 나타냈다. 아시아 증시가 하루만에 패닉에서 벗어나고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단기 충격에서 벗어난 투자자들은 이제 '트럼프 변수'가 미칠 중장기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3일(현지시간) 투자노트에서 "대통령 트럼프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다만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중립적이면서 실용적인 비즈니스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변수'가 신흥국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견실한 경기회복세는 플러스지만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나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는 신흥국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6월 이후 처음으로 2주 연속 자금 유출이 예상되고 있으며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채권펀드에서는 4개월만에 처음으로 투자금이 순유출됐다. JP모건이 집계하는 이머징 마켓 통화 지수는 지난주 3년사이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멕시코 페소 가치는 달러당 21페소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줄리어스베어의 하인즈 루티만 신흥국 애널리스트는 "신흥국으로 지난 6개월간 들어왔던 지금이 이틀간 다 빠져나갔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것도 신흥국엔 악재"라고 말했다.
시장의 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린 가운데 달러의 향방도 관심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 96까지 하락했던 달러 지수(DXY)는 이후 99선을 넘어섰다. 달러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성장률과 물가 회복 속도가 빨라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다음달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81%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펼칠 재정정책 역시 저금리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나 과도한 달러 강세는 없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런 관점에서 최근 달러당 106엔까지 떨어진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상품 시장은 금속을 중심으로 트럼프 당선이 호재가 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11일 3개월물 구리 가격은 t당 6025.50달러까지 올라 1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루미늄과 아연 등도 급등세다.
주요 금속 시세는 트럼프의 선거 승리가 결정된 직후만 해도 대부분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 매도세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중국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학교·도로 등 인프라에 대거 투자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금속 가격을 들어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속 값 상승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반론도 있다. 다니엘 하인즈 ANZ은행 원자재 담당 분석가는 "공약의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지고 실행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