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비서실장 주재 회의 결론 못내려…크고 작은 회의 통해 방안 마련할 듯
3차 대국민담화도 검토…'책임총리''2선 후퇴' 등 담화 수위 고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청와대가 민심수습방안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12일 밤 늦게까지 집회를 지켜본데 이어 다음날인 13일 오전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심에만 100만명(주최측 추산ㆍ경찰추산 26만명)이 몰리면서 6월 항쟁 이후 최대 집회를 기록했고 법원 결정으로 가두행진이 청와대 인근까지 허용되자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청와대 경내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참모들은 일단 추가적인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모는 "민심을 확인했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특히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두번째 대국민사과 이후에도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았다는 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세번째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관건은 메시지 수위를 어느 수준까지 조절하냐다. 그동안 청와대는 요구가 있을 때마다 카드를 한장씩 제시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연설문 외부 유출에 대한 물증이 나오자 박 대통령은 첫번째 대국민사과에서 "참모진이 갖춰진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고, 야당이 김병준 국무총리 철회를 요구했을 때는 의도적으로 두번째 대국민담화에 넣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직접 국회를 방문해 '총리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을 다시 한번 사용할 경우 더욱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2주 연속 지지율 5%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를 포함해 정치권 안팎에서 어제 촛불집회 이후 박 대통령에게 '2선후퇴'가 아닌 하야를 촉구하면서 청와대는 더욱 곤혹스런 모습이다. 집회에 야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포함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 등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해 박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수시로 회의를 열어 여러 의견을 취합해 수위를 조절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 대한 권한이양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민심을 안정화하는 방안에 다소 무게가 실린다. 다만 과감한 2선 후퇴 선언으로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도 이날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해 당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거취도 논의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등에 대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보여 청와대 결정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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