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재계가 얼어붙고 있다. 검찰이 이르면 돌아오는 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예정인 만큼, 주 초반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있는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마지막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경련 창구를 통한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지원에 이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모금을 위해 7대 대기업 총수와 독대했다는 정황에 대해 수사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일정을 보류한 채 검찰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예정대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당장 총수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로 더 진행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 신규 사업과 투자계획 등은 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전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오늘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총수 7명은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은 이들을 비공개 소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이미 지난 8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삼성 본사 압수수색은 2008년 4월 삼성 특검 수사 이후 8년7개월 만이며, 서초동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그룹 압수수색은 대외협력담당 부서가 있는 삼성 서초 사옥 27층과 미래전략실이 있는 40층에 집중됐다. 검찰은 같은날 현대자동차 대관담당 박 모 부사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재계는 총수 소환과 서면조사에 대비하면서 각종 일정을 축소해왔다. 검찰이 이미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총수들에 대한 조사를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일괄적인 출연금 모금은 물론 최씨 측이 개별적으로 접촉한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이 기업들은 법무팀을 동원해 가능한 법적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비상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인사와 조직 개편도 발목이 잡혔다. 포스코의 경우 권오준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만큼, 연임 역시 불투명하게 됐다. 권 회장은 연임을 위해서는 오는 12월까지 포스코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권 회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지면서 이후 임원 등 인사상황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삼성그룹은 우선 인사와 조직개편은 예정대로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신사업 등의 투자계획은 조금씩 연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사태로 조사받을 경우 투자 결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태 분위기를 감안해 그룹 행사인 '청춘문답' 행사를 연기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 사태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 이번 악재까지 겹치며 사태 매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와 SK그룹은 대관 라인을 중심으로 검찰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트럼프가 당선된 점 등 불확실성 요소가 많은 상황인데 국내 상황까지 암담해 당장 내년 계획도 정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우선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돼 투명하게 이 부분을 털고 가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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