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만 0~3세 무상보육을 위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3년째 반복되고 있다. 유치원과 동일한 교육인 만큼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정부와, 대통령 국책사업인 만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내년에도 어린이집의 반발과 보육대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정부 방침에 따라 2017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정한 곳은 대전과 대구·울산·경북 교육청 등 4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1년 어린이집 예산 가운데 7개월분만 편성했고, 부산의 경우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을 유치원 예산에 포함시켰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사실상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편성하긴 했으나 어린이집에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유치원 예산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와 강원·광주·전남·전북 등 5곳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확정지었다. 서울과 세종·충북·충남·경남·제주 등도 편성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별도 재원이 아닌 현행 지방교육재원인 교육세를 빼낸 재원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강제한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것은 국회 논의나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일방적 추진"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편성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시도교육감들은 보육기관 지원을 위해 누리예산을 편성하게 한 시행령이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고, 일부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어린이집 교사들의 급여 지급이 지체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교육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끝까지 편성하지 않은 경기교육청과 전북교육청에 대해 내년도 보통교부금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식 통보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시도교육청에 내려가는 교부금 중 일부를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만 쓸 수 있도록 특별회계를 신설했다"며 "예산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 교육감들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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