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중국에서 도피하다가 귀국과 동시에 체포된 광고감독 차은택(47)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키맨으로 꼽힌다.
8일 밤 10시10분께 차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그를 밤샘조사한 뒤 서울구치소에 잠시 수감했다가 9일 오전 10시께 다시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금명간 차씨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방침이다.
차씨는 최씨를 등에 업고 문화계 실세로 군림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둘러싸여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별다른 배경이나 맥락도 없이 창조경제추진단장,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등으로 임명ㆍ위촉된 그는 창조경제와 문화ㆍ스포츠 관련 각종 이권과 정부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 받는다.
검찰은 차씨의 핵심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송 전 원장이 차씨와 함께 광고업체 강탈 시도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업체 A사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 80%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또 차씨의 측근인 김홍탁씨를 불러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로 있으면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광고 업무를 독식한 경위와 차씨가 문체부 사업에 관여한 배경 등을 캐물었다. 차씨는 대학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임명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특히 최씨 주재로 국정을 논의했다는 '비선 모임'의 핵심멤버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계 등에서의 전횡 뿐 아니라 국정농단 의혹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의 통로가 차씨일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 차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CJ그룹이 1조4000억원 투자한 배경과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억원을 들여 만든 코리아체조가 갑자기 늘품체조로 바뀐 것 역시 수사 대상이다.
차씨는 또한 이번 사태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어떤 식으로든 깊숙이 개입됐을 것이란 의혹을 빚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식으로 (미르)재단을 운영하다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라고 묻자 차씨가 '우병우 수석이 내 뒤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차씨는 전날 귀국 직후 공항과 검찰청사에서 우 전 수석을 아느냐는 질문을 취재진으로부터 잇따라 받았으나 "아니다"라거나 대답하지 않는 식으로 넘어갔다. 광고감독이자 영상 제작자, 공연 연출가로 활동한 차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 9월 말 갑자기 중국으로 떠났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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