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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구속’ 檢 국정농단 실체규명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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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20일 번 검찰 특수본에 검사 10명 추가 투입, 정호성 전 靑비서관도 체포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3일 구속됐다. 두 달 여 국외 도피 끝에 지난달 30일 돌연 귀국한 지 나흘 만이다. 국정농단 사태 첫 구속자가 주연급으로 최장 20일의 시간을 번 검찰이 실체규명에 총력전을 거는 모습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4일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최씨 신병이 확보된 만큼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여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가동 가능한 검사를 모두 동원하라”는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다. 대검은 전국 검찰청에서 12명의 검사를 파견 받아 서울중앙지검에 지원하기로 했고, 이에 해당 청에 꾸려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파견 인원과 자체 인원을 더해 총 10명의 검사가 추가 투입되며 30여명 규모 매머드 수사팀이 됐다.

검찰은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사기미수 혐의로 최씨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개인회사 더블루K를 통해 국내 대기업이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으로부터 자금·일감을 그러모으고, 재단에 쌓인 돈을 엉렁뚱땅 빼내보려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며 수포로 돌아간 혐의를 받는다.


최씨가 본인 측근들로 인선한 ‘그릇’을 만들고 대충 구색을 갖추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등 청와대가 내용물이 채워지도록 힘을 싣는 형태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이것이 창조경제·문화융성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수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범으로 지목된 안 전 수석을 지난 2일 긴급체포하고,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구속한 최씨 및 두 재단에 주머니를 헐었던 국내 53개 대기업을 상대로 ‘그릇’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가려낼 전망이다. 강제모금의 단면이 직권남용이라면, 그 실질에 대가성이 따라붙은 경우 박 대통령을 바라보고 건넨 ‘뇌물’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군부 수괴 뇌물 사건에서 정책 결정·집행이나 제도 운용에 있어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취지로 자금을 내놓아도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고,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으며, 대통령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유무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벌들이 기업구조조정 특별법(이른바 원샷법), 서비스기본법 등 재계 입맛에 맞는 경제정책이나 사정(司正)무마, 특별사면 등을 바라고 자금을 내놨을 개연성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 직전 거액을 후원했다 돌려받은 롯데, 투자 논의과정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이 오간 의혹이 제기된 부영 등 석연찮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두 재단 설립을 석달 앞둔 작년 7월 박 대통령이 삼성, 현대차, SK, 롯데 등 재계 상위그룹 총수 7명을 독대한 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전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김모 전무까지 롯데, SK, 삼성 관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한 검찰은 재단에 돈을 댄 기업을 사실상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출연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았던 기업부터 우선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재벌 총수 독대 기록이나, 일부 기업이 출연을 미루거나 물리려 했던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농단 사태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청와대 국정문건 유출 의혹 수사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묵인 아래 외교·안보 등 국정을 다룬 각종 청와대 문건을 빼내 이를 수정하거나, 정부 부처 인사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그가 검문없이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든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전날 밤 11시 반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체포해 이날 조사 중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0여 유출 문건이 담긴 태블릿PC, 청와대가 제출한 압수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 전 비서관을 추궁하고 있다. 유출경위 파악 관련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출입경위 관련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청와대 압수수색 대상에선 제외됐다.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출결특혜 의혹도 수사가 진전을 보인다. 검찰은 최씨 측이 딸 유라씨가 고3이던 2014년 승마 등 체육특기자 전형 정보가 담긴 청와대의 입시정책 보고서를 미리 받아 본 의혹 관련 구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을 지난 2일 불러 조사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부속실이 유출 창구로 지목됐을 개연성이 크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비선실세 수족이나 다름없이 움직인 정황이 불거질수록 이를 지시·묵인했을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여론도 더욱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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