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 내정자 "국정교과서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
최순실 게이트 속 명분도 추진동력도 모두 상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박근혜정부의 최대 역점 과제 중 하나인 '국정교과서 발행'이 사실상 철회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전격 지명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그동안에 밝혀온 소신대로 교과서 국정화 중단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3일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 이후 일년여만에 국정교과서 집필 작업이 중단되고, 집필진이나 집필 방향조차 수면 아래 묻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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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내정자는 3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란 게 과연 우리 사회에 합당한 것인지,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정교과서뿐 아니라 재정 문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내 소신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 총리 내정자는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2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글로벌화, 정보화와 함께 역사는 더 높은 다양성을 향해 흐르고 있다"며 "국정화로 획일성의 둑을 쌓아서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과서를 국정으로 획일화하여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또 다른 교과서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교과서 국정화의 칼'이란 제목의 칼럼에선 "답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역사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규정한 후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어느 한쪽으로의 획일적 역사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연히 집필 검증 채택 전 과정의 참여자들도 더욱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신임 총리 내정자가 국정화에 반대해 온 인사라는 점 때문에 전날부터 교육부 안팎에서는 국정교과서 발행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본격 추진됐던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했던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화 추진에도 최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교과서 국정화 사업이 추진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에서 이날 김 총리 내정자의 발언은 사실상 사업 철회 또는 중단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부처 차원에서 (교과서 발행에 대한) 어떤 지침이나 결정이 전해진 것은 없다"면서 "그간 수많은 논란을 거듭하면서도 집필을 거의 마친 상태인데 어떻게 수습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초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46명으로 국사편찬위원회가 교과서 집필을 마치면 오는 28일 집필진을 공개하고 교육부 홈페이지에 현장 검토본을 전자책 형태로 게시,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3월 새학기부터 일선 학교에 보급할 방침이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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