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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YS실수'를 되돌아보라…'사조직 농단' 진솔한 사과 안해 끝내 외환위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6초

朴, 'YS실수'를 되돌아보라…'사조직 농단' 진솔한 사과 안해 끝내 외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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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1997년 문민정부에는 '여의도 김소장'이 있었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나라사랑운동본부라는 사조직을 만들어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당선을 도왔다. 사조직을 가동하고 막후 비선조직인 동숭동팀과 언론ㆍ정책 모임인 광화문팀을 꾸렸다.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수백억 원의 자금은 기업들이 냈다. 별다른 직함이 없던 그의 곁에는 날이 갈수록 정치꾼들이 부나방처럼 모여들었다. 책상 위에는 이력서들이 쌓여갔다. 천문학적 액수의 기업 대출과 장ㆍ차관, 언론사 사장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김소장은 뇌물수수와 권력남용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문민정부의 '소통령'으로 불리던 YS의 차남 현철씨 얘기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지난 2016년 대한민국에선 '논현동 최회장'이 회자되고 있다. 공식 직함이 없는 최순실씨가 대통령 측근이란 이유로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를 받아 보고 공직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역시 수백억 원의 기업 돈을 주무르면서 외곽재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데자뷔(기시감ㆍ旣視感)'가 강하다.


朴, 'YS실수'를 되돌아보라…'사조직 농단' 진솔한 사과 안해 끝내 외환위기

◆1997년-2016년, 리더십 공백-경제위기 데자뷔=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판박이처럼 닮은 두 시대의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어진 대통령의 리더십 공백과 경제 위기까기 쏙 빼닮았다. 요즘 한국 경제는 수출 급감과 저성장, 청년 실업 등으로 다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선 1997년 우리 사회를 침몰시켰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같은 위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낸다. 당시 한보ㆍ기아차 부실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는 지금 한진해운ㆍ대우조선 사태와 궤를 같이한다.


중심에는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이 자리한다. 애초 현철씨의 국정 개입은 김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연설ㆍ홍보와 조직을 챙겼고, 당선 이후에는 기업으로부터 활동비를 받아 민심을 살피기 위한 여론조사에 매진했다. 하지만 당시 안기부의 '대통령 일일보고'를 대통령보다 먼저 받아 볼 만큼 실세로 군림했다. 1997년 5월 현철씨 구속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은 "갸(걔)가 그런 아이가 아니다"며 끝까지 버틴 것으로 전해진다. 공보수석이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고언에, 마지못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최씨 또한 대통령의 의상과 연설, 홍보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던 것이, 당선 이후 인사 등 국정 개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 역정을 함께했던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함께 곁을 떠났다. 반면 박 대통령은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다"며 어물쩍 넘기려다 사태를 키웠다. 진정한 사과는 없었고, 분노한 국민은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朴, 'YS실수'를 되돌아보라…'사조직 농단' 진솔한 사과 안해 끝내 외환위기


◆"고백성사 닮은 진정한 사과가 해법"=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김영삼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식물정부로 흘러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기록해, YS의 6% 최저기록을 조만간 깰 것이란 예상마저 나온다. 6% 지지율은 1987년 체제 이후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리더십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전제 조건인 진실한 사과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거국내각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날 독단적으로 총리를 포함한 내각을 전면 교체하면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19년 사이에 '측근정치→부패비리→사법처리'란 공식이 반복되면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어야 할 정부도 멈춰섰다. 대통령 주도의 국정 운영 동력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등 종교인들은 최근 "고백성사의 기본은 다른 게 아니다. 잘못한 건 잘못한 그대로, 꾸밈 없이 털어놓고 그에 따른 벌도 달게 받을 각오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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