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보이지 않는 손이 있나
② 야당은 왜 탄핵 주저하나
③ 박정희 신화도 몰락하나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최순실 게이트'의 블랙홀이 좀처럼 끝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제기해온 의문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큰 의문은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 여부다. 그동안 언론은 측근인 최씨에게 휘둘려 국가 기밀까지 누설한 식물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10% 안팎까지 추락하면서 고(故) 김영삼(6%)ㆍ노무현 전 대통령(12%)의 지지율 최저치를 갱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주목할 구석이 있다. '이것이 나라냐'는 시위대의 항의가 극에 달할 무렵 청와대의 인적 쇄신, 검찰 압수수색, 여당의 거국내각 수용, 최씨의 귀국과 검찰 출석 등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한 편의 시나리오처럼 잘 짜인 대응에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 뒤에서 여전히 누군가가 조정자의 역할을 떠맡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차은택 감독 등이 거론되지만 추측만 난무할 따름이다.
야당이 왜 하야ㆍ탄핵에 주저하는지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야당이 주장해 온 특검ㆍ거국내각에 여권이 화답했을 때도 야권은 주춤했다. 겉으론 진상규명 없는 거국내각은 속임수로 끝날 것이란 점을 강조하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
향후 닥쳐올 정치ㆍ경제 혼란이 가장 큰 요인이다. 또 역풍이 불 경우 대구ㆍ경북(TK)을 중심으로 다시 보수세력이 결집할 수 있고, 새로운 여권 인사가 부각되면서 최순실 게이트란 호재를 내년 대선 정국까지 이어갈 수 없게 된다. 야권에 별 실익이 없는 거국내각 합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동조하기도, 무늬뿐인 거국내각에 어정쩡하게 타협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박 대통령의 추락이 '박정희 신화'의 몰락과 궤를 같이할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성장 신화의 근간에는 19년에 걸친 박 전 대통령의 재벌 중심 산업화 전략이 자리했다. 우리 사회에선 이 같은 성장 신화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받아 왔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후 경제가 흔들릴 때, 노무현ㆍ김대중 정부 시절 소모적인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들은 이 신화를 기억의 창고에서 다시 끄집어냈다. 만약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최태민·최순실 국정농단과 맞물려진다면 여당은 지난 총선 완패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 보수 우파의 정권 재창출에 명함조차 꺼낼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공산이 크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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