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뷰앤비전]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AD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 매년 42만명 감소, 2021년부터 전체 인구 감소세로 반전, 노인 부양부담 증가로 대폭적 재정적자 초래, 향후 15~20년간 출산율 제고 시급" . 지난 2005년 10월 작성된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대표부의 저출산대책 보고서의 일부이다. 보고서는 정책대안으로 출산과 육아를 사회 전체가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제도화하고, 출산·육아·교육·주택·고용·가족 정책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며, 재정에서도 최대한 지원하되 재정소요가 크지 않은 수단부터 적극 활용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필자가 신임대사로 부임해 이 보고서를 접한 것은 2013년으로, 보고서가 중요하다고 제시한 '향후 15~20년'의 절반 가까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관련지표는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우리가 과연 저출산 늪에서 헤어날 수 있겠는가' 하는 좌절감을 느꼈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최근 젊은 일본 사회학자의 저술로 국내에도 소개됐다. 일본과 한국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화가 가장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에 속한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인의 평생 출산 자녀 숫자를 의미하는데, 최소 2.1이 돼야 인구의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 한일 양국의 출산율은 1.1~1.2를 맴돈 지 오래다. 저자는 5세 이하 어린이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으로 하고, 소규모 보육 시설을 포함한 공공 보육 시설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면서 프랑스의 성공적 출산율 제고 정책을 주목한다.1980년대 미테랑 정부에서 프랑스의 국가와 사회가 아이 있는 가족을 전력을 다해 응원하면서 오늘날 출산율 2.0을 웃도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대표적 정책 사례로 육아 근로자의 유연근무 보장, 양질의 보육원과 탁아소 공급, 3세부터 무료 보육학교 제공, 대학교육까지도 원칙적 무상 제공 등을 꼽고 있다.


프랑스에 사는 동안 내가 만난 일하는 엄마들이 들려준 일·가정 양립의 원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 낳고 기르는 일이 직장생활을 그만 둬야 할 정도로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째,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를 갈 수 있고, 둘째, 아기가 서너 달 자랐을 때 사는 곳 인근의 보육원에 쉽게 맡길 수 있으며, 조금 기다리면 조건이 나은 공립보육원(크레슈·creche)에 자리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아이가 아직 어릴 동안은 주당 3~4일 근무조건으로 복직해 어느 정도 자라면 원하는 시기에 전일제 직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 프랑스의 이런 여건은 노동법을 비롯, 제도로 충분히 보장되고, 직장에서도 존중하는 풍토가 돼 있다. OECD회원국 가운데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우리 현실에 비춰 이 정도 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직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결코 작지 않겠지만 우리 사회가 반드시 유념할 일이다.


자의반 타의반 혼자살기에 길들여지는 젊은이가 늘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국으로서 멀지 않아 국가의 존망을 염려해야 하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 낳고 기르는 일이 더 이상 한 집안의 자손을 기르는 일이 아니라 미래사회를 지탱할 공공의 자원을 길러내는 일이므로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확신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보완하고 정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저출산에 대처하는 범정부 종합대책이나 정치인들의 공약도 철저히 이러한 기본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상조규정에 결혼과 장례만 상정하고 있는 직장이 있다면 이제는 ‘출산’을 최우선으로 삼도록 보완할 것을 권하며, 청탁금지법도 출산장려를 위해서는 최대한 유연하게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