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고(故) 백남기씨의 부검 영장 집행 기한 만료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4일 유족ㆍ시민단체와 경찰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경찰이 주말인 23일 오전 부검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물러선 후 유족ㆍ시민단체 회원들은 수백명이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서울 대학로 인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지하에 있는 안치실 앞부터 3층까지 300명이 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백씨의 주검을 지키겠다며 농성 중이다. 이들은 전날 오전 경찰의 부검 영장 집행 소식을 듣고 달려 온 후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차가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밤을 새웠다.
'백남기 투쟁본부' 측은 '긴급행동지침'을 통해 "경찰이 언제든지 부검을 강행하기 위해 서울대 병원에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투쟁본부 측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자회견을 갖고 영장 집행 시한인 25일 자정까지 '강제 부검을 막기 위한 36시간 집중행동'을 선포했다. 시민ㆍ종교단체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조계사 일주문에서 장례식장까지 부검반대ㆍ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오체투지를 진행한다. 오후7시엔 '신종 쿠데타, 신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제49차 천주교 시국기도회'가 장례식장에서 열린다.
투쟁본부 측 관계자는 "경찰의 유가족 면담 요구는 조건부영장을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는 명분을 쌓기 위함이고 결국 부검을 강행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언제든지 부검강행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경찰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힘을 모아 백씨의 시신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측은 전날 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물러선 후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영장 재청구 혹은 강제 집행 강행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부검영장을 오늘 집행할 지 내일 할 지 등 정해진 것은 아직없다"며 "영장 재청구 여부는 검찰과 협의 중이다. 마찬가지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주말 영장 집행 시도는 시한인 25일 자정 이전 강제 집행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부검에 나설 경우 사회적 파장과 비판 여론이 거센만큼 "할 만큼 했다"며 영장 재청구를 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한편 지난 주말 방송된 한 공중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경찰의 물대포 위력 시험 결과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SBS가 지난 22일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은 실험을 통해 경찰이 최근 백씨 사건 민사사건에 제출한 2008년 자체 보고서에서 밝힌 "물대포의 압력이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백씨 사고 당시의 물대포와 동일한 압력으로 고압살수차를 동원해 실험을 했더니 나무판이 부러지고 쇠로 만든 나사가 부러지는 등 상상을 초월한 위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보고서에서 3mm, 5mm 유리를 쏴도 파손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실제 실험에선 절반 정도의 압력에도 5mm 강화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