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부검 영장 강제집행 하려던 경찰, 3시간반만에 철수 (종합)

유가족·투쟁본부 측 "보여주기식 꼼수, 25일까지 총력투쟁 할 계획"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문제원 기자] 23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을 강제집행 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둘러 쌌던 경찰이 약 3시간 30분 만에 철수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경찰이 장례식장 부근에 도착하자 백남기 투쟁본부는 "살인경찰 물러나라"며 영장 집행에 격렬히 반대했다. 투쟁본부는 장례식장 앞을 지키며 안치실로 들어올 수 있는 출입문과 엘리베이터 등을 모두 막기 시작했다. 장례식장 지하 1층엔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시민 300~4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쟁본부 측은 "6번 모두 경찰에 영장 전체를 보여 달라고 했는데 다 거부했다"며 "첫장과 마지막장만 공개했고 우리는 다 보여 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로 간 갈등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진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투쟁본부 측은 경찰과 교섭에 들어갔다. 오후 12시50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를 포함한 유가족들은 부검 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백도라지씨는 "만나기만 해도 협의를 했다고 하려는 꼼수인 것 알고 있다"며 "더 이상 가족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다.

이정일 변호사(유족법률 대리 단장)는 "경찰이 유족의 의사를 확인해주면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해 (부검 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가족의 의사를 전달했다"며 "마지막으로 가족이 부검 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가족의 뜻을 존중해 영장 집행을 하지 않고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유족들에게 직접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지만 언론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보 받았다"며 "그 뜻을 존중해 오늘은 영장집행을 하지 않고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 인력은 800명이 배치됐으며 충돌을 대비해 여경들도 곳곳에 포진했다.

그러나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이날 해산이 '보여주기식 꼼수'라고 비난했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경찰을 믿지 못 하기 때문에 25일까지 상주해 총력투쟁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 효력은 오는 25일까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