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직속 신사업팀 '위디아' 만들어…車·O2O·핀테크 선제 대응
바이오부탄올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추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혜민 기자]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신사업 특명을 내렸다. CEO 직속 신사업팀도 만들었다. 기존 정유사업으로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기름만 팔아서는 회사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다. 허 부회장은 "신규 사업을 유가 등 외부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큰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비(非) 정유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올해 신사업팀 '위디아'를 만들고 신규 진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위디아'는 We+Idea의 합성어다. '하나 돼 우리의 생각을 더하다'라는 의미로, 7명으로 구성돼있다. 변화에 선제대응하고 과감한 실행력을 내세울 수 있도록 CEO 직속으로 꾸렸다.
위디아팀은 현재 전기차ㆍ자율주행차ㆍ카셰어링 등 자동차 관련 신사업 부문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소재나 부품을 제조하거나 영업망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이다. 이 외에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와 핀테크(금융서비스가 IT 기술과 결합한 것)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말 까지는 미래 신사업과 관련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주관했다. 총 130여건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접수받았고 지금은 사업화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걸러내고 있다. 팀을 이끄는 김상현 기획조정부문장은 "기존 사업에 영향을 주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고 판단되면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업 현장도 견학하면서 전략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GS칼텍스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신사업 중 하나다. GS칼텍스는 2007년 바이오부탄올 연구개발에 들어가 현재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2014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 인증을 획득했으며 지난해 대한민국 기후변화대응 10대 혁신기술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올해는 보폭을 넓혀 여수공장에 데모플랜트(시범공장)을 짓고 있다. 폐목재 등 비식용 원료를 활용해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것은 세계에서 최초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격 상업생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부탄올은 코팅제, 페인트, 접착제, 잉크 및 용제 등에 사용되는 기존 석유계부탄올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휘발유와 혼합해 사용하면 엔진을 개조하지 않고도 차량용 휘발유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한편 다른 정유사들도 비정유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3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을 시작해, 현재 4만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화학 영토를 넓혀가는 중이다. 에쓰오일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값싼 잔사유를 원료로 삼아, 고품질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설비를 세우는 중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하루 13만 배럴 콘덴세이트를 뽑아낼 수 있는 스플리터(정제 설비)를 세워 이달 중 시험가동에 들어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대중화 되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전체 석유제품 중 20%를 차지하는 주유소 판매 휘발유와 경유가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윤활유 사업까지 흔들리게 된다"며 "올해 실적이 좋지만 여기에 안주했다가는 한순간에 뒤쳐질 것이란 데 다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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