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오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 불출석을 통보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여권이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겉으론 우 수석의 출석을 놓고 여야 간 기싸움을 벌여 왔지만 물밑에선 우 수석의 출석을 요구하는 등 야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했다는 설명이다.
19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감을 앞두고 우 수석에게 "꺼릴 것이 없으니 당당히 나와서 증언하라"고 요청했다. 야당이 우 수석에게 제기한 의혹들이 명확한 증거가 없는 공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요청에 우 수석도 어느 정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애초 이 같은 분위기가 여당 내에서 팽배했고 어느 정도 합의됐다고 판단했으나 틀어졌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우 수석의 국감 불참 사실을 지난 18일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은 이튿날 오후 운영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여당의 복잡한 속내는 정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우 수석이) 운영위 국감에 잠깐만이라도 나와줬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우 수석이) 국감에 출석하는 게 정상"이라며 "그동안 민정수석의 (국감 불출석이) 양해된 것은 여야 협의를 통해 양해돼 왔는데 지금 협의가 잘 안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선 5차례 안팎이나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있다. 새누리당이 표면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의 불출석은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김대중 정부 때는 2000년 신광옥 당시 수석이 국회에 출석했고, 노무현 정부 때도 문재인ㆍ전해철 당시 수석이 야당인 한나라당의 요구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전 수석의 경우 무려 3차례나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 수석의 국감 불출석 논란은 여당 안에서도 "명분이 없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우 수석이 당당히 나와야 한다. 이미 합의됐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 수석은 19일 오후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국회 운영위원회에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우 수석은 아들 병역 특혜 의혹과 처가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우 수석은 사유서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원회 참석으로 부재중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이 있다"고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점 등을 고려해 부득이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사유서의 수신인은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였고, 발신자는 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명기됐다.
맨 아래 성명란에는 '2016년 10월 21일'이란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 날짜와 한글로 된 우 수석의 서명이 기재됐다.
야당은 우 수석이 불출석할 경우 국회 동행명령권을 발동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청와대는 동행명령이 의결되더라도 응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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