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내년 1월 조기 귀국과 여권 대선후보 경선 참여라는 공식이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여권 내부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조기 귀국에 대한 '부정론'이 팽배한 탓이다.
◆與측근 "조기 귀국은 리스크 너무 크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총장을 둘러싼 여권 내 지지 분위기 고조되는 가운데 정작 반 총장의 측근을 자처하는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기 귀국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이를 만류하고 있다"면서 ""조금 더 해외에서 머물다 귀국하는 게 대선가도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현재 반 총장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누리당 내에서 반 총장의 입지는 확고하지 않다. 아울러 외교관료 출신으로 정치에 둔감한 그가 조기에 귀국할 경우, 야당이 아닌 여권 경쟁자들로부터 먼저 십자포화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 한 번도 '정치적 검증'을 받지 않은 만큼 예상 밖의 돌출 이슈가 튀어나올 위험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 더 머물면서 국내 정치 상황을 주시하다가 들어오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전달된 "이 악물고 하라, 혼신을 다해 돕겠다"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구두메시지가 과대 해석됐다는 주장이 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시 메시지를 전달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과장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김 전 총리의 발언을 간접적으로 인용해 이를 반박하고 있다.
애초 이 발언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여의도 정가에선 "반 총장의 뉴욕 '날개짓'에 새누리당이 '폭풍'을 맞았다"는 말이 돌았다.
오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반 총장의 지지모임 '반딧불이'의 창립 행사가 축소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표면적으론 주최 측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반 총장이 불편한 반응을 내비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내년 1월 반 총장이 귀국하면, 본격적인 ‘세(勢) 몰이’에 나설 예정이었다.
◆與 전폭적 지지 분위기도 거품 가능성…'반딧불이' 출범행사 축소= 오는 25일 김 전 총리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만찬은 이 같은 이유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 자리를 주선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두 사람의 비공개 독대를 예고한 가운데 회동 이후 전해질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김 전 총리가 안 전 대표에게 호감을 나타낸다면 반 총장을 향한 '충청 대망론'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물밑에서 돌고 있는 '반-안 연대론'에 대해선 여권 관계자나 안 전 대표 모두 냉소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충청의 맹주인 김 전 총리가 대권주자들에게 돌아가며 호의를 표시할 경우, 앞으로 반 총장이 충청권의 적자로 자리매김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 총장은 예정대로라면 임기를 마친 뒤 내년 1월께 다시 김 전 총리를 방문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 전 총리의 반 총장에 대한 의중에 다시 물음표가 찍힌 가운데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여부도 여전히 안갯속에 빠졌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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