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혐의 의원 33명 기소로 미니총성 가능성
대선전 역대 재보선 패배 이번에도 재현될까 우려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검찰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3명을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하면서 연말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야권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소에 연일 '공안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에 비해 기소된 의원이 절반에 불과한 새누리당도 사정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기록을 살펴보면 대선 직전의 재보궐 선거는 정권심판 성향이 높아 여권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재보선에서 패배하면 대선 주도권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 '판'이 커지면 안 된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일인 13일까지 새누리당 11명, 더불어민주당 16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까지 총 33명을 기소해 재판으로 넘긴 상태다. 이들은 재보궐 선거일 한 달 전인 내년 3월13일까지 선거법 위반과 관련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 나올 경우 재보선 대상이 된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재보선은 5곳 정도의 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19대 국회에선 30명, 18대 국회에선 34명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총선 이듬해 치러진 재보선의 규모는 19대 때 3곳, 18대 때 5곳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권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의원이 낙마해 내년 재보선이 10석 안팎의 '미니 총선'으로 치러지는 시나리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재보선의 판세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여론이 집중될 것이고, 분당으로 나누어져 있는 야권이 결집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내년 재보선의 판세가 커지는 것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선 직전 선거는 항상 여당에 불리했다. 재보선의 판세가 커지면 야당이 결집하는 기회만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통상 대선 전 재보궐 선거는 '여당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집권여당에 불리했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으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17대 대선 전 치러진 2007년 4월25일 선거와, 18대 대선 전 2011년 4월27일 재보선의 경우 각각 여당 0석 야당 3석, 여당 1석 야당 2석으로 여당이 패배했다.
재보선은 당내 역학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4ㆍ25 재보선의 경우 새누리당의 전신인 당시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선전했지만 수도권 기초단체장을 공천 갈등 속에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에게 대거 내주면서 참패했다. 이 선거의 결과로 당시 유력 대권후보였던 박근혜 대표는 큰 타격을 입었고 이명박 후보에게 대선주자 자리를 내줬다.
또 서울시장 선거가 있었던 2011년 10ㆍ26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패배 이후 이듬해 총선 및 대선 승리가 불투명해지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비대위는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등 당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적지 않은 내홍을 겪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패할 경우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지도부가 책임론에 휩싸이고 '반기문 대세론'이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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