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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부산영화제스러운' 인도 영화, 이것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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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훈의 '센텀'방랑기'- '시네마 트래블러' 유랑영화패 이야기…사라지는 것의 아름다움

 '참 부산영화제스러운' 인도 영화, 이것 보셨나요 영화 '시네마 트래블러'(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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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슬쩍 마음을 홀린 영화다. 수십년된 낡은 영사기로 생업을 잇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시네마 트래블러(The Cinema Travellers)'. 이작품이 처녀작인 셜리 아브라함 감독과 사진작가를 겸하고 있는 아밋 마데시야감독이 공동연출했다. 이 영화는 지난 70년 동안 천막과 영사기를 들고 인도의 시골마을을 돌며 영사기를 돌리던 유랑 영화패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게 그린다. 오지 마을에도 위성 디지털 TV와 인터넷이 설치되는 시대, 이들이 꾸렸던 업(業)은 한 시대를 풍미한 역사 속 유물로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한다.

영화는 인도의 대도시 뭄바이에서 열린 한 축제에 문을 연 유랑극장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극장 입구에서 춤을 추는 호객꾼, 한시간째 영화가 지연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환불해달라는 아주머니, 영화 상영중인 천막 안을 돌며 큰소리로 '아이스캔디'를 외치는 상인이 뒤섞여 극장 안팎이 소란스럽다. 그러나 모처럼 보는 영화에 들뜬 관객들의 눈빛은 그 모든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반짝인다.


영화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인물은 세 명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축제 행사장에서 영화를 트는 일을 하는 남자1(영화 내내 주인공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매년 추수가 끝나면 밭 한켠에 처박혀 있던 영사기 컨테이너 트럭을 끌어내 영화를 트는 남자2, 그리고 영사기 고치는 데 일가견이 있는 70대 남자3의 일상이 교차된다.

이들에겐 여느 서민들처럼 '돈'이 최대의 관심사이자 골칫거리다. 남자 1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족들에게 부쳐줄 돈이 없어 고민이다. 하지만 30년간 함께한 영사기가 요즘 자주 말썽을 일으켜 속이 상한다. 어리숙한 부하직원은 자꾸 영사기를 건드려 고장을 내기 일쑤다. 가끔 돈을 벌기 위해 에로틱한 영화를 트는데, 이때는 남자손님들이 꽤 몰려 온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남자2가 농한기에 시작한 간이 극장에는 돈을 받지 않는 어린아이 손님만 꼬일 뿐이다. 남자3은 한때 스웨덴, 일본에서도 자신에게 영사기를 고치기 위해 손님이 밀려들었을 때가 있었다며 빛나던 과거를 회상한다. 자신이 직접 발명한 영사기를 보여주며 뭔가 큰것 한방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정작 그의 작은 가게에는 하루 종일 손님이 한명도 오지 않는다.


이들에겐 사라지는 것들을 잡을 힘이 없다. 그저 가만히 그것들을 바라볼 뿐이다. 남자 1은 이제 쓰지 않은 영사기를 들고 고물상에 찾아가지만 "고철로 밖에 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헐값에 팔아버린다. 기념으로 간직하고 싶었지만 생계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남자3은 비가 스며들어 엉망이 된 필름을 불빛에 비쳐보며 몇십년간 모아둔 것들에 대해 아쉬워한다. 그리고 수리기록이 담긴 일기장을 폐휴지더미에서 발견하고 한장씩 들춰보며 추억에 젖는다. 수십년전 남자2에게 비싼 수리비를 안기며 자신의 영사기를 최고의 상태로 만들어달라고 보채던 영사기사는 이미 고인이 됐다. 그 영사기를 물려받은 친동생은 "먹을 것을 사야한다"는 서글픈 이유로 영사기를 팔아버렸단다.


어찌 됐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남자 1, 2, 3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마침내 남자1과 2는 시내 가게에서 최신 빔프로젝터를 구입한다. 고화질의 장비를 사면 손님들이 몰려들 것이란 계산에서다. 남자3은 영사기를 손수 제작했던 솜씨를 이용해 자동 파종기를 개발해 낸다. 영화의 마지막. 남자2는 기껏 새로 사온 빔프로젝터와 노트북을 작동할 수 없게 되자 필름 영사기를 다시 꺼낸다. 어쩐지 허전한 극장 영사실. 남자2는 지긋이 스크린을 응시한다. 사라지는 것에 대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애정을 담아.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아시아영화펀드(ACF)에 선정돼 제작 지원을 받은 영화다. 아브라함 감독과 마데시야 감독은 천막과 영사기를 들고 시골 마을 축제를 돌아다니는 시네마 트래블러를 5년간 따라다녀 이 작품을 완성했다. 올해 제 69회 칸영화제의 '영화에 관한 아홉편의 다큐멘터리(NINE DOCUMENTARIES ABOUT CINEMA)'에 선정됐다. 마지막 상영은 14일 10시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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