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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부산영화제, 파티는 쫑…그래도 '영화 눈호강'은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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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박충훈의 '센텀'방랑기…규모 줄고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릴레이 관람' 은 호젓해서 굿

[르포]부산영화제, 파티는 쫑…그래도 '영화 눈호강'은 짱 영화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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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오빠, 어제 몇시까지 먹었어요?"
"새벽 다섯시 반까지였나…아이고 힘들다"
"큭, 영화 보다 조는 거 아니에요"


11일 오전 부산 센텀시티의 한 영화관에서 학교 선후배로 보이는 이들의 대화가 오간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기간이면 흔한 모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술이 덜깬 얼굴로 극장을 찾는 '알콜 관람객'이 곳곳에서 보인다.

지난 6일 개막한 부산 영화제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예년보다 예산 규모가 25%나 축소되고 이용관 전 위원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인한 영화단체들의 보이콧 선언으로 분위기가 움츠러들었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새벽 3시가 다된 시간에 숙소 앞마당에 삼삼오오 모여 열띤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도 그대로다. 지난 주말 부산에 내려와 해운대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박민선 편집감독은 "일년치 먹을 술을 영화제 때 다 먹는다"며 "술 먹고 아침에 다시 일어나 영화보고…. 이따 제가 참여한 작품 '그물'의 전체 회식이 있어서 또 가봐야 해요"라며 웃었다.


[르포]부산영화제, 파티는 쫑…그래도 '영화 눈호강'은 짱 북적이는 영화의 전당 '시네마운틴'


영화제에 참여한 이들에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파티'가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이다. 이달초 불어닥친 태풍 '차바'로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비프빌리지가 물에 쓸려 간게 결정적인 이유다. 비프빌리지는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동안 해운대 해수욕장에 설치되는 영화인과 관람객들에게 만남의 장소가 되어 왔다. 매년 이곳에서 영화 제작·배급사들이 주최하는 파티와 호프데이 등의 행사가 열렸다.


스크린 속에서만 볼 수 있던 스타들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사라지니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건 사실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도 영향을 미쳤다. 현지에서 만난 한 영화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의 여파인지 CJ같은 대규모 배급사들이 잇따라 파티를 취소하거나 아예 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영화제 공식 호텔로 지정돼 많은 영화인들이 묵었던 해운대그랜드호텔 역시 조용한 분위기였다. 자신들이 참여한 영화인들이 GV(게스트 행사)에만 참석하고 숙박을 않은채 바로 상경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해운대 숙소촌에서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으로 가는 버스를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는 "그랜드호텔 앞은 새벽부터 스타를 보려고 온 팬클럽 회원들로 북적였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을 못봤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영화제가 남포동 극장가에서 열리지 않는 점은 많은 영화팬들을 아쉽게 했다. 남포동은 부산역에 도착해 전철로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다 숙소 잡기가 편하고 단출한 모임에 좋은 자갈치 시장이 가까워 전국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센텀시티 극장가는 남포동 자갈치 시장까지 전철로는 50분, 택시를 타니 1만5000원정도가 나올 정도로 멀다.


평택에서 온 대학생 최선경(26)씨는 "센텀시티에서 셔틀 버스타고 숙소로 가서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잠만 잔다"고 말했다. 최씨는 "영화하면 남포동인데…. 영화보고 자갈치 시장까지 걸어 가서 한잔 하는 루트가 사라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르포]부산영화제, 파티는 쫑…그래도 '영화 눈호강'은 짱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몰린 취재진과 관람객들.


그러다 보니 각지에서 온 영화팬들은 모임보다 영화 감상에 초점을 맞춘다. 매년 연차 휴가를 써서 딸, 아내와 함께 부산영화제를 찾는다는 이문구(49)씨도 "보고 싶었던 영화를 원없이 보고 있어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토요일에 내려와 매일 하루 3편씩 영화를 봤다. 이번 영화제에서 개봉하는 이상일,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 전쟁까지 치렀다.


이씨는 "아내와 딸은 영화 취향이 조금 달라 다른 영화를 보러가고, 저는 혼자 보고싶었던 영화를 본다"며 "사춘기를 맞은 중학생 딸이 애니메이션만 찾던 예년과는 달리 조금 깊은 내용의 영화를 보기 시작한 점도 나름 흐뭇하다"고 말했다.


해운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종진 여행아이큐 대표는 "예전엔 인도에서 온 영화감독 등 전세계 영화인들과 팬들이 숙소에서 묵으며 연일 영화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는데 2년전부터 숙박객들 분위기가 차분하게 바뀐 듯하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응원하기 위해 부산에 내려온 이창동 감독은 10일 열린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칸 영화제 같은 곳은 레드카펫으로 관객이 영화인을 만날 기회가 거의 봉쇄돼 있다"며 "부산영화제는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극장 안팎서 만날 수 있는 살아있는 영화제"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와보니 피부로 느끼겠다 싶을 정도로 분위기 썰렁해진거 같은데 내년에 되살아날거라고 믿지만 불안과 걱정이 된다"며 "영화제가 생명력을 얻어 10년, 20년, 30년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산 영화제는 오는 15일 이라크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을 폐막작으로 상영하며 열흘간의 대장정을 끝낸다.

[르포]부산영화제, 파티는 쫑…그래도 '영화 눈호강'은 짱 이달 초 몰아친 태풍으로 영화제 주요 행사가 열릴 예정이던 비프빌리지 시설이 파손됐다. 비프빌리지 가건물이 들어섰던 해운대 해수욕장의 도로변에 영화제 상영작 대형 포스터만이 늘어섰다.




부산 =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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