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경북 구미에 사는 애견주 김진영(26ㆍ여ㆍ가명)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느 때처럼 강아지와 함께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할머니들이 반려동물 출입 금지라며 동사무소가 내건 현수막을 가리킨 것이다. 김씨는 의아했지만 괜한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이후 시청에 확인해보니 "목줄과 배변관리만 잘하면 출입은 제한이 없다"며 "현수막 문구를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공원이나 놀이터 등에 '노펫존(No pet zoneㆍ반려동물 출입금지 장소)'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 등 소수 자연공원을 제외하곤 이 같은 장소에 반려동물의 출입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논란이다. 동물보호법과 식품위생법 등에 반려동물의 공공장소 및 다중이용 시설물 출입에 대해 확실히 명시하고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국 '노펫존'에서는 반려견의 출입을 두고 갈등을 겪는 곳이 많다. 주로 주민자치회나 공원 관리 담당부처 등에서 반려동물로 인한 시민불편이 많자 고육지책으로 출입금지 현수막을 내걸지만, 애견인의 반대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한 공원의 경우 인근 주민자치회에서 반려동물 출입금지 현수막을 걸었지만 애견 커뮤니티를 비롯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구청이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출입금지를 내거는 쪽에서는 애견 주인들이 목줄을 하지 않거나 배변을 무분별하게 방치하는 등 일반 시민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 3년간 서울 시내 공원에서 이 같은 행위에 대한 공무원의 계도실적만 3만 건이 넘는다.
그러나 소수 무책임한 주인들 때문에 전체 애견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많다. 무조건 출입금지만 할 것이 아니라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이나 캠페인을 확충하는 형태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강아지를 키웠다는 이모씨는 "친환경 공원이라는 곳에 동물은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원에 있는 배변도 상당수 유기견의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원 관리를 맡고 있는 지자체도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최근에는 아예 공원에 사람만 다니는 곳과 반려동물이 함께 다닐 수 있는 곳을 구분해놓기도 한다. 서울시는 어린이대공원과 보라매공원 등에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물 등록을 하고 목줄과 배변봉투를 잘 챙긴다면 반려동물의 출입을 법적으로 제지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주민간의 갈등이 심한 사안이기 때문에 법으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적절한 기준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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