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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월요일/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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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이상하다. 이곳엔 소리가 없다. 여기는 들판이 아니다. 물속이 아니다. 여기는 꿈속인가. 벽면이 온통 하얀 실내. 한쪽엔 조용한 거울이 있다. 그 거울 너머에는 이곳과 저곳을 연결해 주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곳에서 너를 본 적이 있다. 비가 내린다. 꿈속 같은 이곳에 비가 내린다. 이곳은 거울 너머의 공간처럼 이상하다. 한없이 가라앉거나 들떠서 이곳의 감정 같지 않을 때처럼 이상하다. 아침엔 레몬버베나 잎을 따며 레몬버베나라고 낮게 발음했다. 저녁엔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흩뿌리는 빗발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정한 눈빛을 나눌 때 그것은 왜 여전히 슬픔인가. 비를 보며 비를 들으며. 알 수 없는 것들을 그대로 흘려보낸다. 이 빗소리처럼 떠다니며. 순간의 순간의 소리에 집중하며. 이것은 알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물푸레나무를 발음할 때의 입술. 구름이라고 쓰면 따라오는 이름들. 함박눈이라고 쓰면 따라오는 이름들. 이미지를 지우고 싶은 마음과 이미지를 그리는 마음이 나란히 걸어간다. 스스로 움직이는 말들을 기다리며. 걸어가는 물푸레나무. 걸어가는 구름. 걸어가는 함박눈.


 

[오후 한詩]월요일/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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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란 쉽게 말해 마음속에 떠오르는 어떤 상(象)이다. 그것은 시각적인 것일 수도 있고 청각적인 것일 수도 있다. 혹은 후각적이거나 촉각적이거나 때로는 두 가지 이상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일단 '물푸레나무'라고 발음해 보자. 그 단어를 혀 위에 올려 두고 가만히 이리저리 굴려 보자.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자꾸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무 하나가 떠오를 것이다. 그 나무가 진짜 물푸레나무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다만 내 마음속에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그 나무에 오롯이 집중하자. 푸른 이파리들 위로 물방울 하나가 또르르 흘러내리는 그런 장면이 혹시 떠오르지 않는가. 물론 다른 모습이어도 괜찮다. 또는 '물푸레나무'라는 단어를 몇 번 발음하다 보면 단어 속의 유음(流音)을 따라 물이 흘러가듯 흘러가는 무언가가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물푸레나무'라는 말이 형성하는 이미지는 사람 얼굴이 하나하나 다르듯 모두 다 다를 것이다. 그러니 '물푸레나무'라고 발음하고는 새털구름 위를 거닐 수도 있는 것이고 함박눈 속을 걸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가 아름다운 까닭은, 아니 시가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는 속사정은 '말들이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 준' 시를 읽는 당신이 있기 때문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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