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후 한詩] 여섯 번째 트랙/임솔아

시계아이콘00분 46초 소요

  오후에는 빈 어항을 만난다.


 내일은 물고기를 키울까.
 그러면 물고기의 내일이 사라지겠지.

 저녁에는 버스하고 돌아다닌다.


 가득 차 있는
 빈 의자 사이에 빽빽하게 비어 있다.

 집에 돌아와
 불을 켜자 형광등이 나가 버린다.
 나가 버린 형광등을 들고서 집을 나간다.
 형광등과 똑같은 형광등을
 데리고 돌아온다.


 배경음악하고 마주앉아 밥을 먹는다.


 어제도 들었던 노래고
 나는 똑같이
 따라 부른다.


 빈 의자에 빈 어항이 놓여 있다.


 빈 어항에서
 부드러운 배경음악이
 밤새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바람이 밤새 지나간다.


 똑같은 나뭇잎 모가지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물고기들이
 입에서 흘러나와
 바깥으로 날아간다.


[오후 한詩] 여섯 번째 트랙/임솔아
AD


 난 이 시의 제목이 왜 "여섯 번째 트랙"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다섯 번째'나 '여덟 번째'가 아니라 "여섯 번째 트랙"이라고 적는 게 적확하다는 확신이 든다. 어떤 가늠하기 어려운 망막하고 고된 쓸쓸함 때문이다. 시인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 시를 읽고 문득 입가에 맴돈 건 씨스타가 부른 '나 혼자'였다. "나 혼자 길을 걷고 나 혼자 TV를 보고 나 혼자 취해 보고 이렇게 매일 울고불고…." 물론 이 시를 쓴 시인은 "울고불고"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억지로 몸을 뒤틀지도 않는다. 다만 담담하다. 오히려 담담해서 오로지 담담하기만 해서 그 담담함 속에서 참 큰 울음소리가 들린다. "내일이 사라"진 "빈 어항"만큼, 저녁 버스 속에 "가득 차 있는" "빽빽하게" "빈 의자"들만큼 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관중도 동료 선수도 아무도 없는 빈 트랙을 그저 "여섯 번째 트랙"과 함께 수십 번 수백 번 "어제도" 그랬듯 돌고 다시 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도무지 헤어날 수 없는 생각마저 든다. 무참하다.


 채상우 시인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