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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은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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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금보다 은은 덜 번쩍거려 좋고, 흰색에 가까운 표정의 무미함이 좋다. 가끔 쇠가 내는 빛에 가깝지만 어쩐지 그보다는 부드럽고 여린 기운이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귀금속이라고는 하지만 금처럼 귀하지는 않고 그리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 말처럼, 은빛은 사람의 몸을 읽고 사람의 기운을 읽는다고 한다. 그 임자가 흐려지면 그 은빛도 흐려진다.


인간도 금사람이 있는가 하면 은사람이 있는 것 같다. 금시절이 있는가 하면 은시절도 있다. 요즘 입방아에 오르는 금수저가 있는가 하면 은수저도 있다. 흙수저들의 원망을 한몸에 받는 금수저에 비하면, 은수저는 살짝 배 아프긴 해도 비난의 화살에선 살짝 비켜나 있다. 은수저는 그저 귀한 마음을 살짝 돋우는 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낱말의습격]은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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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은이 좋아지는 건, 하얀 것이 왠지 자신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노년을 실버라고도 부르니, 우연일까. 원래 금발인 사람들이 노년에 은발로 바뀌는 것에서 골드와 실버가 나왔겠으나, 우리처럼 블랙이 잿빛이나 흰빛으로 바뀌는 경우도 '실버'에 슬쩍 올라타는 중이다.

실버의 시절에 은반지, 은목걸이, 은팔찌를 가까이 하고픈 까닭은, 절정에서 슬쩍 이운 날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 같은 것일까. 굳이 남을 의식한 사치가 아니라, 제 마음을 비추는 소소한 사치를 즐기려는 것일까. 이제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는, 이제 정상이 아니어도 좋다는, 기꺼운 허용이 저 은붙이의 기호 속에 깃든 것일까. 은남자의 한 생각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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