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와 대화 채널 없어 철충안 고심
내일로 예정된 뉴질랜드 방문도 미뤄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사태로 촉발된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의 갈등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사퇴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세우며 대화 채널마저 끊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회 파행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사퇴 요구 수용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27일 새누리당이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건 사퇴 요구에 대해 "의장직이 아무렇지도 않은 자리이거나, 막 무시하고 폄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는 적법 절차에 따른 것으로 사퇴ㆍ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장이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사임 요건으로 '국회의 동의'를 명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날 제출한 '정세균 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의 경우도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구조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는 가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박주선 부의장에게 의장직을 넘기라'는 제안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이 궐위된 경우 지체 없이 재보궐선거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이 같은 이 대표의 제안에 "무슨 이유로 자리를 넘겨 주냐"며 "전혀 고려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정 의장과 새누리당이 사태 해결을 위한 절충안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당의 강경한 자세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교흥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2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 (여당과) 대화 채널도 없다"며 "대화가 잘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서실장은 "정 의장이 야당 원내대표와 논의하면서 국감일정 조정을 제안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그 뒤에 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저쪽(새누리당)에서 의장직 사퇴를 걸고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는데 무슨 안이 있겠느냐"며 어려움을 표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소속인 심재철 부의장 등 여러 여당 관계자가 정 의장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당의 책임 있는 지도부의 제안이 아니어서 대화에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은 내일(29일)로 예정되어 있는 해외 순방 일정도 늦추고 있다. 정 의장은 29일 뉴질랜드를 방문해 뉴질랜드 의장 및 현지 교민과 면담한 뒤, 다음 달 5일 호주에서 열리는 5개 중견국(한국ㆍ멕시코ㆍ인도네시아ㆍ터키ㆍ호주) 협의체인 믹타(MIKTA)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믹타 회의는 외교상 불참이 어려워, 회의 시작 직전인 이번 주 주말까지 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김 비서실장은 "29일 출발하는 일정은 뉴질랜드 의장이 초청해 뉴질랜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라며 "외교적인 문제라 국내 정치 사정이 이러하니 다음 번에 방문하겠다는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조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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