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미국 전역에서는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기본적인 생활(주 5일제 8시간 근무·연소득 약 3만달러)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당 15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가장 진보적인 지역으로 평가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의 경우 2017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3.25 달러로 인상하고 2020년까지 15달러까지 올리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역시 2018년부터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른다.
반면에 현대차가 진출한 앨라배마주는 최저임금 기준이 없다. 기아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의 최저임금은 5.15달러. 캘리포니아의 절반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와 다른 글로벌기업들이 이들 지역에 투자하는 이유는 저임금의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된다. 2015년 기준 도쿄가 가장 높은 888엔이고 가장 낮은 오키나와현이 677엔이다. 영국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최저임금이 높아지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지역, 나이, 업종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매년 법정기한을 넘겨 심의가 이어지면서 노사 간 갈등만 키우고 이제는 1만원 이상(현재 6470원)얘기가 나온다. 피해는 영세 중소기업과 저숙련층에 돌아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60세 이상, 29세 이하가 타격을 입어 저숙련과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도 지난해 시간당 8.50유로로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는데 옛 동독지역에서 서비스, 숙박, 관광 등에서의 고용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경영계가 주장해온 최저임금 차등론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면서 이의 공론화와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한국은행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등 최저임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광주광역시의 '광주형 일자리'는 지방정부의 새로운 임금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의 추진을 위해 연봉 4000만원을 기준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협력사 모든 노동자에 동일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광주의 기아차와 금호타이어의 평균연봉에는 절반 수준이다. 일각에선 반값 임금모델, 자본에 대한 특혜, 노동착취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광주전체 근로자 10명 중 6명이 연봉 2000만원 미만이라는 현실을 눈감아선 안 된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 수준만을 정해야지 전체근로자 생활수준의 잣대가 되어선 안 된다.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과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연봉 8000만원짜리 일자리를 수백수천 개를 만들어주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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