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black Monday)'. 미국 뉴욕에서 주가의 대폭락이 있었던 지난 1987년 10월 19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뉴욕의 다우존스 평균주가가 하루에 508달러(전일대비 22.6%)가 폭락하자 언론이 암흑의 월요일로 표현한 것에서 시작됐다.
블랙먼데이로 일본, 영국, 싱가포르, 홍콩의 시장에서 큰 폭의 주가폭락을 가져와 전세계에서 1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증권투자손실을 초래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한국 증시는 시퍼렇게 멍들었다. 오른 주식 보다 내린 주식을 찾기 쉬웠다. 블랙먼데이 수준 까지는 아니었지만 심리적인 충격은 블랙먼데이 못지않았다.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7%에 육박하는 하락률을 보였던 탓이 크다. 오죽하면 당시 증권사 한 연구원은 "시장이 삼성전자를 팔았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시장의 충격은 컸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2000선마저 붕괴됐다. 종가기준으로 지난 8월3일 이후 처음으로 2000선 아래로 주저앉은 것이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6.98% 하락했다. 하락률만 보면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5조원이나 증발했다.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지난 9일과 비교하면 시총 24조원이 사라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순위 8~10위 규모가 24조 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시총이 제로가 된 셈이다. 지난달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터치할 때만 하더라도 시총 규모가 코스닥시장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당시 삼성전자는 증시에서 많은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하루 주가 하락액(11만원)은 사상 최대치였다. 종전 최대는 2012년 8월27일의 9만5000원이다. 하루 하락률(6.98%)도 애플과의 미국 특허소송에서 완패했다는 소식에 급락한 2012년 8월27일(7.45%) 이후 4년여 만에 최대였다. 역대 삼성전자의 하루 최대 낙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 10월 24일의 13.76%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코스피 비중을 20% 정도로 본다. 한개 기업이 721개 기업이 상장한 코스피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추석 연휴 이틀 전까지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것도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 영향이 크다. 물론 미국 금리 인상 연기 등 다른 요인도 작용했지만…
삼성전자가 증시에서만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 그리고 산업 전반에서 삼성전자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그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 증시도 흔들린다. 모처럼 만의 박스피 돌파 기회를 맞은 한국 증시. 추석 연휴 이후 삼성전자도 한국 증시도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동반 상승 랠리를 타길 기대해본다.
유인호 증권부 차장 sinryu0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