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에 의한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이 사망 원인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은 명확하다.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살수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물대포로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의 소견은 응급실에서의 진단으로 이미 분명하다. 수술이후의 치료는 사실상 연명치료를 위한 것이었다. 사인은 이미 상식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분명히 밝혀져 있는 상태다."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26일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뒤 "불필요한 백남기 농민 강제부검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015년 11월14일 집회 참가 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317일만"이라며 "(백남기 농민의)죽음이 경찰에 의한 타살이라는 것은 이미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이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겠다고 나서면서 유가족들이 원하지 않는 부검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미 사망원인이 분명히 밝혀진 사안에 대해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불필요하다고 재차 지적했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14일 물대포에 쓰려져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응급실로 이송됐다. 뇌출혈인 외상성 경막하출혈, 지주막하 출혈 등으로 사실상 소생의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을 듣고 의사로부터 퇴원을 권유받았다.
이후 생명연장 목적의 수술을 한 후 혼수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와 같은 사실은 의무기록(수술기록, CT 등 영상자료, 그 외 의무기록)으로 이미 분명하다"고 밝혔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이 '병사'가 아닌 '외인사'라는 것도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측은 "급성 신부전에 의한 '병사'가 아닌 '외상성 뇌출혈'에 의한 '외인사'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부검 요청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 같은 간단한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일국의 경찰수장인 경찰청장이 (부검을 위해)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서울대병원이 발행한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기록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백남기 농민의 경우 원 사인은 외상성 뇌출혈임이 분명하고 사망진단서에도 원 사인이 외상으로 일어나는 급성경막하출혈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병사와 외인사 구분은 원 사인에 따르라는 대한의사협회, 통계청의 진단서 작성지침과 달리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에는 병사·외인사 구분을 병사로 구분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황을 설명하면서 보건의료단체연합 측은 "국민적 관심 사안인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에서 서울대병원측이 초보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고 외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부검영장 발부 기각에 대해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경찰은 상식이하의 근거 아닌 근거를 들이대면서 다시 강제로라도 부검을 시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경찰폭력에 의한 사망이 분명한 상황에서 가해자인 경찰이 사망원인을 다시 밝히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며 상식적으로 그 저의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에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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