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국감]KEI 직원들 "문제 발언 들었다"-이정호 "만취 상태" 주장…박용진 "'은폐 급급' 책임자들 솜방망이 처분 그쳐선 안 돼"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무조정실(국조실)로부터 제출받은 '특정감사 지적사항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이병국 KEI 부원장은 1차 자체 진상조사(6월23일)와 2차 조사(6월24일)에서 나온 KEI 직원들의 진술 내용이 담긴 녹음기를 즉각(6월25일) 이 전 센터장에게 전달했다. 이는 앞서 약 한 달간 진행된 국조실 특정감사 과정에서 발각됐으나,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다가 이번 국정감사 자료 제출 과정에서 확인됐다.
국조실은 처분 요구서에서 "(KEI가) 직원들 진술을 비밀로 유지하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 피조사자 신분인 이 전 센터장이 직원들의 진술 내용을 들어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이에 대해 '이 전 센터장에게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도록 권유했는데, 그의 휴대전화에 통화 녹음 기능이 없어 녹음기를 줬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와 함께 국조실은 이 부원장이 2차 자체 진상조사 녹취록을 KEI 감사실장에게 전달하지 않아 해당 자료가 국조실 감사반에 제출되는 것을 지연시켰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또 이 부원장은 국조실 감사반으로부터 조사받은 뒤 자신의 문답 내용을 KEI 본부장급 3명에게 누설한 사실도 지적받았다.
초동 부실조사 책임이 가장 큰 박광국 KEI 원장은 해당 사건이 보도된 직후 이 전 센터장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개인 명예를 회복하라' '언론에서 전화가 오더라도 받지 말고 일체 노코멘트 하라'는 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그는 이 전 센터장 측의 요청으로 자체 조사 과정에서 나온 직원들의 진술 내용을 담은 확인서를 작성, 개인별 동의도 받지 않고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원장은 당시 KEI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었다. 국조실은 "이 센터장의 진술만을 그대로 믿고 진상조사 책임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 원장과 이 부원장이 내부 조사 자료를 모조리 넘기며 적극 협조한 탓에 이 전 센터장은 자신에 대해 진술한 직원들의 육성과 발언 내용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한편 KEI가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서 이미 '만세 삼창'에 대한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하고도 '사실 무근'이라며 은폐한 사실도 드러났다. KEI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진상조사 결과' 회의록을 살펴보면 1월 워크숍 당시 만세 제창이 있었으며 '센터 만세, 센터장 만세 등 센터 단합을 위한 제창을 외쳤다고 모든 조사 대상자가 진술했다'고 적시돼 있다. 아울러 '조부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근무했다' '일본은 어머니의 나라' 등 발언을 일부 직원이 들었다고 진술한 내용도 나와 있다. 자체 조사에서 상당 부분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감추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후 진행된 국조실 조사에서는 더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전 센터장은 국조실 감사가 진행되자 그제야 조부의 동양척식주식회사 관련 발언을 포함한 각종 친일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파문의 도화선이 된 '천황폐하 만세 삼창'에 대해선 부인했으나, 국조실이 진술자 신분 보호를 위해 실시한 무기명 조사에서 복수 직원이 '들었다'고 응답해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 이 전 센터장은 '평소 주량 이상의 술을 마셔 취했었다'고 진술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현재 이 전 센터장은 지난달 말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뒤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KEI는 총 7인(내부 3인, 외부 4인)으로 구성된 이 센터장 징계위원회 위원 명단에 대해 공개를 거부했다. 아울러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박 원장에 대해 '경고', 이 부원장에 대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박용진 의원은 "박 원장과 이 부원장의 경우 직원들의 인권보다는 사건 은폐가 더 시급했던 것으로 비친다"면서 "'경고' '주의' 등 처분으로 끝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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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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