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위축으로 '투자절벽'이 현실화된 가운데 대기업과 대기업집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의 투자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감소추세를 보인 가운데 감소폭에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에서도 대기업집단이 투자를 늘리며 지난해 대기업 투자증가율을 반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업투자 추이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투자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동안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인 2001년부터 2008년 기간 투자증가율이 10.5%에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2015년 기간 중 마이너스 1.0%로 11.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의 투자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2001년~2008년) 4.2%에서 금융위기 이후(2009년~2015년) 2.5%로 1.7%포인트만 떨어졌다. 특히 2014년 이후 대기업 투자증가율은 반등한 반면 중소기업은 계속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가운데에서도 비(非)기업집단 소속 대기업과 달리 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의 투자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상승하고 있었다. 비(非)기업집단의 기업투자증가율은 금융위기 전인 2001년부터 2008년 기간 평균 8.3%에서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3.3%로 11.6%포인트 감소했다. 이와 달리 기업집단은 금융위기 이전 4.2%에서 금융위기 이후 약 5.0%로 소폭(0.8%포인트) 상승했다.
투자와 달리 수익성 지표나 현금보유비율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앞섰다. 금융위기 이전에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1%로 금융위기 이후 4.9%로 0.2%포인트 하락한데 반해, 대기업은 7.6%에서 5.6%로 2.0%포인트 감소했다. 현금보유비율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대기업이 8.6%를 기록해 중소기업 10.5%에 비해 더 낮았다. 또 같은 기간 기업집단의 현금보유 비율은 7.8%로 비(非)기업집단 10.8% 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증가율이 감소추세를 보인 것은 수익성 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투자증가율은 감소세를 보였다. 금융위기 이전 기간인 2001-2008년 중에는 연평균 기업투자증가율이 5.7%였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1.2%로 하락했다. 한경연은 "2010년 이후 기업투자증가율 저하추세가 두드러진 반면, 2015년에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투자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 "최근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등 기업투자비용을 줄여주는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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