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네트워크·의료기기·LED 등 사업재편에 관심 쏠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이재용 삼성'이 투자 방정식을 바꾸고 있다.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에서 잇달아 철수하는 것이다. 최근 매각을 확정한 프린터사업을 비롯해 카메라ㆍ의료기기ㆍ네트워크ㆍLED 사업도 전략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부터 등기이사를 맡는 만큼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조정 작업은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닥친 정리대상은 2014년 인수한 캐나다 업체 '프린터온'이다. 이미 삼성은 프린터 사업을 휴렛팩커드(HP)에 넘기기로 한 만큼 미주와 유럽에 위치한 프린터온 판매담당 법인도 HP에 함께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프린팅솔루션판매를 맡는 심프레스도 정리할 예정이며 중국 산둥에 위치한 생산법인도 조만간 털어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사업을 중단한 디지털카메라 사업도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천진에 카메라/캠코더 생산법인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사업은 접고 스마트폰 카메라에 역량을 집중시키기로 한 만큼 중국 천진을 중심으로 디지털카메라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메디슨 해외법인은 이미 정리가 마무리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삼성메디슨 독일법인을 청산했다. 올해는 인도법인도 정리할 계획이다. 삼성메디슨은 2012년부터 모두 10개의 해외사업부를 정리했다.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그간 비주력 사업으로 삼성전자 내에서 꼽혔던 LED사업과 네트워크사업도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투자 효율화 차원에서 일본 액정표시장치(LCD) 업체 샤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등 해외 기업 네 곳의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지분을 매각한 곳들은 모두 과거 사업협력 차원에서 사들인 곳들로 이제는 투자를 거둬들일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화학ㆍ방산사업 매각, 삼성중공업 엔지니어링 합병 시도, 삼성SDS 물류사업 분할 등 공격적인 사업재편을 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그 연장선에서 이제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내부의 '돈 새는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사업재편을 위한 시선이 전자를 향한 만큼 실적이 부진한 사업이나 불필요한 투자도 속속 찾아내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투자나 사업을 정리한 현금으로는 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업체인 스마트싱스,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클라우스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그리고 고급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 등을 사들였다. 지난 7월엔 자동차 전기장비 사업 확대를 위해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중국 BYD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를 거둬들인 분야는 삼성이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미"라며 "투자를 줄일 곳은 줄이되 투자가 필요한 부분엔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실리주의를 추구하는 '이재용의 삼성'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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