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이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조속히 지원하기 위해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 지원 안건 논의를 위해 총 4차례에 걸쳐 14시간 가까이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일부 이사진들이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결론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9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 600억원 지원과 관련 사흘째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벌써 4번째 이사회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6일 해외 터미널(미국 롱비치터미널 등) 지분과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한 600억원 자금 융통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600억원 지원 안건을 놓고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오전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에서 첫 이사회를 열었다. 하지만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융통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일부 이사진의 지적에 따라 600억원 지원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가 이미 그룹의 손을 떠난 상황에서 대주주가 손실을 감수하고 자금지원을 할 경우 배임 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과 10일 그리고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총 4차례에 걸쳐 열린 이사회에서도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이 났다. 당초 계획대로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을 경우 담보 대출기관 6곳과 다른 대주주 1곳 등 총 7곳의 동의를 받는 작업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에 대한항공 내부에서 조차도 실제 자금 집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성 떨어지는 해외 터미널 지분 담보 대신 매출채권 등 다른 자산을 담보로 잡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이 또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배임죄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사회를 다시 열어도 공회전만 거듭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출금 600억원의 절대 금액이 많지 않고 (매출채권의 경우) 담보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의 발목을 잡는 것은 회수 가능성과 이에 따른 배임 가능성 적용에 있다"면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이사회가 결론을 내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한진그룹이 이미 600억원 지원을 입밖으로 내놓은 상황이라 대안찾기에 진통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빠르게 집행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장시간 논의했으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정회했다"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다시 속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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