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 김형석(남ㆍ38)씨는 최근 아파트를 사면서 1억원을 대출받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낮추면서 주택담보 대출과 연동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은행 직원의 설명에 6개월 단위로 조정되는 변동금리형을 선택했다. 15년 만기 원금분할상환에 연 2.65% 금리의 주택담보 상품이었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 대출을 받은지 2개월이 된 요즘 김씨는 대출 생각만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빠르면 이달 중 미국이 금리를 올리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김씨의 주담대 대출금리도 올라 갈 수 있다. 김씨는 "대출을 받을 땐 미처 금리가 올라갈 생각을 못했다"고 걱정했다.
연내 미국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자 폭탄'을 우려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자체가 국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은행이 그간의 통화완화 정책을 접고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한다면 그야말로 이자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시장금리는 벌써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지난 6월 말 2.70%(신규가입자)에서 8월 말 3.05%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이 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2014년 12월 이후 다시 3%대로 뛰어올랐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혼합형 고정금리를 연 2.64%에서 2.73%로 올렸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 역시 2.74%, 2.8%로 각각 0.05%포인트, 0.11%포인트 상승했다.
혼합형 고정금리가 찔끔찔끔 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금리가 오른다면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가 따라 오르게 되면 가계부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된다. 국내 주요 은행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60% 안팎이다.
시장금리에 이어 한은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내외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은도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리가 기축통화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고 본다”며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기준금리 하한선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은 급증만 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가계부채는1200조원을 넘어섰다. 더구나 대출금의 60% 이상이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가계 소비여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도 당초 전망을 벗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가계부채 대책을 추가로 내놓고 대출을 죄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에서다.
은행들도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중은행은 올해 가계부채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함에 따라 오는 4분기부터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로 하고 대출 금리 인상과 함께 차주 소득 심사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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