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을 지원하는 안건을 논의하는 대한항공 이사회가 9일 이틀째 열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종결 짓지 못한 이사회는 내일 속개한다.
한진해운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해외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대출해주는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해운 자금지원과 관련해 회사와 사외이사진 간에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으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내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은 다음주 초에 집행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8일에도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 지원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사진들의 반대에 부딪쳐 불발됐다.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 대한항공이 회생여부가 불투명한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면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 지원에 난색을 표한데 이어 한진그룹 차원의 자금지원 마저 제동이 걸리면서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 피해접수 현황에 따르면 총 219개 기업에서 220건(7일 9시 기준)의 피해가 접수됐다. 신고 화물금액으로는 1억달러가 넘었다. 전날 대비 신고 건수는 27%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의 긴급자금 지원 요청에 정부과 채권단이 사실상 거부의사를 표명한데 이어 한진그룹 차원의 출자안도 난항이 거듭되면서 물류대란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이날 밤 11시 대체선박을 출항한다는 계획이지만 표류 중인 15조원 규모의 화물운송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운항 선박 128척 중 89척(컨테이너선 73척ㆍ벌크선 16척)이 26개국 51개 항만에서 정상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선박에는 8000여곳의 화주의 40만개의 컨테이너, 약 140억달러(약 15조원)의 화물이 실려 있다. 이미 220여개 수출 기업의 1억달러 어치 화물이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빌려서 운영하던 선박인 한진 캘리포니아호가 최근 호주 보타니항에서 압류됐다. 이로써 압류된 한진해운 선박은 한진 캘리포니아호를 비롯해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ㆍ선전 등 총 4척이다.
미국, 일본, 영국에서는 한진해운이 선박 압류를 막기 위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신청해 발효됐다. 싱가포르와 독일, 네덜란드는 곧 신청할 예정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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